▲<여자의 일생> 프랑스 작가 모파상 원작 소설을 영화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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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목걸이> 주인공은 가난한 공무원의 아내 마틸드다. 그녀는 장관 초대 만찬에 갈 때 남의 이목을 생각해 친구로부터 진주목걸이를 빌린다. 그런데 그것을 그만 잃어버린다. 그녀 부부는 빚을 내어 똑같은 진주목걸이를 사서 돌려준 후 10년 동안 파출부를 하고 퇴근 뒤 아르바이트를 해 빚을 갚는다. 그런데 어느 날 길에서 마틸드는 진주목걸이 주인과 마주친다. 한눈에 봐도 삶에 지친 모습이 역력한 마틸드를 위로하며 그녀는 "그 진주목걸이 가짜였어!"라고 말한다.
<여자의 일생> 주인공은 잔느다. 귀족의 딸로 태어난 잔느는 열두 살부터 열일곱까지 수도원 기숙사에서 엄격한 교육을 받는다. 해안 별장에서 꿈 많은 시간을 보내던 중 단정한 얼굴에 지성적 눈매가 돋보이는 줄리앙을 소개받고, 마침내 그와 결혼하게 된다.
그런데 줄리앙은 형편없는 친구였다. 그의 관심은 온통 처가의 재산뿐이었다. 게다가 하녀 로잘리를 임신하게 해 아이를 낳고, 백작 부인과 불륜을 즐긴다. 잔느는 로잘리를 집에서 내보낸다. 그러던 중 줄리앙이 백작에게 죽임을 당한다.
잔느는 외아들 폴에게 온갖 정성을 쏟으며 살아간다. 하지만 아들 또한 아버지를 닮아 끝없는 방탕에 빠진다. 끝내 폴 때문에 모든 재산을 처분한 잔느는 오두막에서 생활하는 처지가 된다. 잔느는 찾아온 로잘리를 맞아 함께 산다. 이때 며느리가 죽고 손녀가 그녀에게 보내진다. 잔느는 손녀를 붙들고 미친 듯이 입을 맞춘다.
겉모습을 중시하지 말고 본질을 평가해야
<여자의 일생>에도 <진주 목걸이>와 동일한 메시지가 들어 있다. 잔느가 줄리앙과 사귀게 되는 시초가 그의 출중한 외모에 있다는 사실이다. 줄리앙의 뛰어난 외양은 마틸드에게 있어 진주 목걸이에 해당한다. 즉 두 소설은 허상을 벗어나지 못한 두 여인의 비극을 보여주고 있다. 모파상은 본질에 천착하는 대신 피상적인 겉모습에 가치를 부여하면 인생이 불행해진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것이다.
모파상은 파국을 자초하는 소설 속 주체를 여성으로 설정했다. 그렇다고 해서 여성의 자긍심에 상처를 주려는 목적은 없었다. 아무 잘못도 없는 <진주 목걸이>의 남편이 고초는 아내와 마찬가지로 겪고, <여자의 일생> 남편이 죽임을 당하는 게 그 증거다. 여성단체가 여성비하를 이유로 모파상을 비난할 일은 없어 보인다.
마찬가지로, 법무부 장관과 몇 야당 국회의원들 사이의 "소설 쓰시네" "소설 잘 읽었다" 공방은 애당초 소설가들의 자긍심에 상처를 줄 사안이 되지 못한다. 소설가들 자긍심에 상처를 준 것은 한국소설가협회 자신이라고 본다. 한국소설가협회가 성명을 발표한 행위 자체가 이기적 창피함에 기반한, 희한한 '소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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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한인애국단><의열단><대한광복회><딸아, 울지 마라><백령도> 등과 역사기행서 <전국 임진왜란 유적 답사여행 총서(전 10권)>, <대구 독립운동유적 100곳 답사여행(2019 대구시 선정 '올해의 책')>, <삼국사기로 떠나는 경주여행>,<김유신과 떠나는 삼국여행> 등을 저술했고, 대구시 교육위원, 중고교 교사와 대학강사로 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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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인 나, 오히려 소설가협회 성명에 부끄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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