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가 많기로 소문난 바다에서 낚시에 여념이 없는 강태공들
이강진
어딘가로 잠시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평범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그러나 혼자 떠나는 여행에 익숙하지 않아 망설여진다. 이곳에서 멀지 않은 콥스 하버(Coffs Harbour)에 사는 지인이 떠오른다. 연락해 본다. 자주 만나는 친숙한 사이는 아니다. 따라서 조심스럽게 내 계획을 전했다. 다행히 기꺼이 시간을 낼 수 있다고 한다.
특별히 짐을 챙길 것도 없다. 콥스 하버를 내비게이션에 입력한다. 집에서부터 2시간 28분 걸린다는 숫자가 표시된다. 하루 지내고 오기에 적당한 거리다. 간단한 세면도구가 든 작은 가방 하나 들고 자동차 시동을 건다.
콥스 하버는 자주 들르는 동네다. 딸이 사는 골드 코스트(Gold Coast)에 가려면 지나쳐야 하는 큰 동네이기 때문이다. 몇 년 전에는 결혼기념일을 맞아 이곳에서 일주일 정도 지내기도 했다. 따라서 조금은 친숙한 동네다.
오랜만의 외출이다.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일까, 평소보다 고속도로가 한산하다. 낯익은 고속도로 주변이 정겹다. 맑은 물이 넘쳐나는 매닝강(Manning River)은 예전과 다름없이 유유히 흐른다. 볼 때마다 마음을 씻어주는 강이다. 초원에는 예전과 다름없이 소들이 한가하게 풀을 뜯고 있다. 볼 때마다 마음을 풍요롭게 해주는 풍경이다.
느즈막한 오후에 하루를 정리하고 있는 지인을 사무실에서 만났다. 반갑게 인사를 나눈 후근처 쏘우텔(Sawtell)이라는 동네로 향한다. 작은 언덕이 있는 경치 좋은 해변에 도착했다. 겨울 바람이 심하다. 거대한 파도가 바위에 몸을 던져하얀 물거품을 하늘에 흩뿌리며 아스라진다. 전형적인 겨울 바다의 을씨년스러운 풍경을 심한 바람과 높은 파도가 훌륭하게 그려내고 있다.
작년 한국에 갔을 때 목포 앞바다에서보았던 시가 떠오른다. '파도가 없는 바다는 바다가 아니다. 고난이 없는 삶은 삶이 아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처음 읽은 이후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는 시구다.
다음날은 근처 관광지를 찾았다. 바닷가에 있는 우릉가(Urunga)라는 동네다. 인구 3,000명 정도 되는 작고 아담한 동네다. 우릉가는 '긴 백사장'이라는 뜻을 가진 원주민 말이라고 한다.
동네에 들어서니 이름에 걸맞은긴 백사장과 멀리 동해 바다가 펼쳐진다. 주차장에는 자리가 없을 정도다. 많은 사람이 찾는 곳임을 짐작할 수 있다. 주차장 근처 바닷가는 여행객이 지내는 캐러밴으로 빈자리가 없는 야영장이 자리 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