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자를 위한 강연 강연을 하는 생태동화작가 권오준
변택주
하늘이 뚫린 듯이 비가 퍼붓던 지난 23일 파주출판단지 '목공카페'에서는 '강연자를 위한 강연회'가 열렸다. 강연회 문이 열리자 신유미 작가가 그림책 <너는 소리>를 피아노로 연주했다. 이 연주를 보면서 문향, 향기를 듣는다던 옛사람들과 소리를 살핀다는 관세음보살이 떠올랐다.
이 강연은 생태동화작가 권오준 선생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동료 작가를 아우르려는 뜻에서 돈을 받지 않고 마련한 자리다. 으뜸 가는 네 가지 강연 비결이 다 '재미'라는 권 작가는 재미를 뒷받침하는 비법도 나눴다.
재미를 받쳐주는 비법
㉮ 무대에 오르지 말고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추며 얘기하라.
㉯ 말하는 속도가 빨라야 아이들이 빠져든다.
㉰ 강연장에서 뛰어다니며 부지런히 묻고 많은 답을 듣는다.
㉱ 답을 한 아이에게 반드시 상을 준다.
고학년 학생에게는 100포인트에서 1000포인트까지 주고, 저학년생에겐 동그라미를 하나에서 열 개까지 준다. 엉뚱한 답을 한 아이에게 점수를 더 많이 준다. 손은 들었으나 마이크를 갖다 대면 말을 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아이가 있다. 이럴 때는 "얘가 귓속말 찬스를 걸었어"라고 하고는, 아이 입에 귀를 갖다 대고는 고개를 끄떡이면서 엉뚱하면서도 재미있는 답을 꺼내 말하고는 분위기를 띄워 손뼉을 치도록 한다.
살림 밑천을 거침없이 풀어놓는 권오준 작가. 다 아는 일이지만 초중고등학교 모두 '한 학기 한 권 읽기'가 있어, 작가들이 학생들을 만날 폭이 그만큼 넓어졌다. 그래도 발을 내딛기, 녹록지 않다는 걸 잘 아는 권 작가는 처음 강연을 하려는 사람 눈높이에 맞춰 그동안 쌓은 경험을 나눈다.
처음 강연하는 사람에게 주는 꿀팁
㉮ 닫힌 입이 터져야
기자 노릇을 하다가 라디오 출연자로 세 해를 살면서 말은 웬만큼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무대 위에서 말하기 생각처럼 되지 않았다. 입을 열어야 했다. 모든 사람이 입을 다물고 있어야 하는 곳을 찾아 말을 걸어보자며 고른 데가 엘리베이터다.
"안녕하세요? 오늘 비가 참 많이 오네요."
"그러게요. 하늘이 뚫렸나 싶게 쏟아지는군요."
아파트에서 시작한 낯선 사람에게 말 걸기는 차차 대기업 엘리베이터로 옮아가면서 말하는 두려움을 떨쳐냈다.
㉯ 경험을 쌓으려 돈 받지 않고 여러 달 꾸준히 강연했다. 그래도 강연을 해달라는 데가 없었다. 마침 펴낸 책이 우수도서가 되자 도서관에서 강연해달라고 찾았다. 꾸준히 애쓰고 작은 일들이 하나하나 모이다가 석류가 벌어지듯 한꺼번에 터진다.
㉰ 저마다 몸에 맞는 옷이 있듯이 제 몸에 맞는 강연이 있다. 저다운 강연을 빚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