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동안 강제로 사람의 흔적이 끊긴 리프타 마을사람의 흔적이 끊긴 리프타 마을에는 이제 우거진 풀과 나무들 사이에서 간신히 예전의 집들이 겨우겨우 서있다.
팔레스타인평화연대
2월의 팔레스타인은 바람이 차갑지 않고 선선하게 느껴진다. 눈을 가만히 감으면 아몬드 꽃향기와 계곡물 흐르는 소리, 뛰어노는 아이들 소리,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 소리, 양떼들 소리가 들린다. 그러나 눈을 뜨는 순간 사람과 동물의 소리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나무와 풀들만 남아 각자의 향기를 내고 있다.
2월 3일 늦은 오후. 예루살렘에 있는 리프타 마을에 갔다. 한눈에도 굉장히 크고 아름다운 마을이란 걸 알 수 있었다. 그러나 현재 이곳엔 단 한 명의 사람도 살지 않고 아니, 살지 못하고 부서진 집들만 꽃잎이 흐드러진 아몬드 나무 사이사이에 덩그러니 남아 있다.
나크바(아래 용어 설명 참조) 이전 이곳에는 약 2500명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살고 있는 큰 마을이었다. 1947년 12월 리프타의 커피 하우스에 유대인 테러 조직 스테른 갱이 총기를 난사했고, 생명의 위협을 느낀 사람들이 도망을 가기 시작했다. 결국엔 텅 빈 마을이 되고 말았다. 그후 지금까지 70여 년 동안 이스라엘은 떠났던 마을 사람들이 자신의 집으로 돌아오는 것을 금지했고, 다시는 이 마을에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어떤 삶의 소리도 들을 수 없었다. 매년 아몬드와 올리브 나무, 선인장과 풀들만이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리프타 마을은 그나마 마을과 집의 형체가 남아 있는 아주 특수한 경우다. 팔레스타인 땅에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쫓아내는 이스라엘 사람들의 여러 방법 중 하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집을 마구 부수어 도저히 그곳에서 살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무거운 마음을 안고 2월 4일에는 예루살렘의 와디 알 홈무스 마을로 향했다. 표지판조차 제대로 돼 있지 않아 물어물어 찾아간 와디 알 홈무스 마을 회관에서 마을 대표분께 2019년 6월부터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는 가옥 파괴(건물 철거)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회관에는 여러 명의 마을 사람들이 와 있었고, 돌아가며 쭉 인사를 했다. 커피를 마시고 설명을 듣고, 참당한 상황에 몸 둘 바를 모르다가, 식어버린 커피를 두고 모하메드의 차를 얻어 타고 강제로 철거된 집을 보러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