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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책에서 "'국회는 왜 늘 싸우고 있는가'라는 질문은 정치의 본질을 간과한 것"이라며 "싸우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잘 싸우는 것이 과제다, 중요한 것은 갈등을 다루는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은 지난 23일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태영호 미래통합당 의원이 '사상 전향' 여부를 질의하고 있는 모습.
남소연
"이런 일이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그 국회의원일 줄은 몰랐다. 그 후배일 줄도 몰랐다. 성실한 후배는 단 한 번도 의원에 대해 부정적으로 말하지 않았다. 불평은커녕 자기 의원이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자랑하기 바빴다. 그런데 후반기 상임위원회를 바꾼다고 의원이 '나가 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다른 의원실을 알아볼 말미도 주지 않았다. 2년 동안 함께 일했지만 해고는 하루아침이다."
2004년부터 현재까지 국회에서 일하고 있는 보좌관마저 '뜨악'하게 만들었던 그 국회의원은 누구일까. 이뿐만이 아니었다. "환경을 생각한다며 텀블러를 늘 휴대하고 다니는 의원의 텀블러를 씻고 따뜻한 커피를 보충하는 일 정도는 약과"라는 또 다른 국회의원 이야기도 있었다. 저자는 "정치에서는 사회의 모든 갈등이 집합되고, 인간의 모든 단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고 했다.
하지만 저자는 동시에 "민주주의는 완전하지 못한 인간들이 마지못해 합의한 정치 체제"라고 강조했다. "부도덕에 대한 완벽한 심판, 사회악의 완전한 척결, 위험의 원천적 제거, 완전무결 공평한 사회와 같은 바람은 실현될 수 없다"고 단언했다. 가치 충돌을 피할 수 없는 민주주의에서, 그래서 정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토론하고 협상해 결과를 내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나와 정반대 의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과 대화하는 것"이라고 했다.
"'국회는 왜 늘 싸우고 있는가'라는 질문은 정치의 본질을 간과한 것이다. 싸우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잘 싸우는 것이 과제다. 중요한 것은 갈등을 다루는 방식이다."
문재인 행정부가 갈등을 대하는 방식
뜨끔했다. 솔직히, 그 방식에는 별 관심이 없었고 그럴 여유도 없었다. 늘 싸우고만 있는 것처럼 기사를 쓴 사람 중 하나였다. 나 같은 사람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갈등을 다루는 방식', 그 목격자로서의 통찰이 책에 가득했다. 저자의 문제 의식은 입법부는 물론 행정부의 갈등을 다루는 방식이, 또는 "최선을 다해 합의가 가능한 입장을 찾는" 정치가 과거 16대 국회 시절보다도 오히려 후퇴했다는데 있다.
"20대 국회와 16대 국회의 움직임은 차이가 크다. 2000년 첫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국회는 교섭단체 간 합의에 따라 여야 11명의 의원으로 '남북정상회담 관련 결의안 기초 특별위원회'를 구성했고, 특위에서 제안한 '남북정상회담 개최 지지 결의안'은 남북 정상회담 전인 6월 9일 원안 가결됐다. 당시 의석 분포는 한나라당이 133석, 새정치국민회의가 115석, 자유민주연합이 17석으로 여소야대 상황이었다."
그리고 저자는 지난 2018년 9월 문재인 행정부가 '평양 공동선언'과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합의서'를 국회 동의 없이 비준한 것을 두고 "평양 선언의 의미를 단순한 선언적 합의로 스스로 격하시킨 것"이라며 "결과를 위해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은 하지 않은 것"이라고 단언한다. 그리고 "설사 선언적 합의라 해도 이를 되돌릴 수 없는 공고한 공적 합의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에 이어지는 설명에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국회 비준은 현 단계의 문제이지만, 미래와 관련된 것이기도 하다... (중략) 대통령이 남북 합의서의 효력을 정지시킬 수 있는데, 국회의 체결·비준 동의를 얻은 남북 합의서에 대해 효력을 정지시키고자 할 때는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즉 대통령이 독단적으로 효력을 정지시키지 못하게 함으로써 '안정적 이행'을 담보하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여당과 야당이 언제든 교체될 수 있는 체제다. 만약 대통령이 바뀜에 따라 합의의 효력이 즉각 정지된다면 남북 간에 신뢰는 형성되기 어려울 것이다."
공적 대화와 사적 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