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너머에, 박이현벽이 아무리 높아 보일지라도, 넘을 수 없을 것 같아 보여도, 그 너머엔 푸른 하늘이 있어. 우리 그 아래에서 다시 만나자. 그렇게 하자.
박이현
싱어송라이터이자 작가로 활동하는 이랑은 최근 금융예술인으로 거듭나며 프리랜서 예술인에게 필요한 돈 이야기를 공유했다. 코로나19로 자본소득에 대한 관심이 늘었다. 20, 30대 주식계좌가 늘었다는 기사가 올라오던 시점이었다.
뮤지션 이랑은 프리랜서 아티스트로 돈에 대한 감각을 어떻게 획득할 수 있을지, 프리랜서의 근로 소득을 제대로 책정하고 받을 수 있는 삶의 기술을 공유했다. 또한, 코로나19 시대에 프리랜서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음악으로 '이야기, 멀고도 가까운' 컴필레이션 앨범의 수록곡 '우리의 방'을 라이브로 불렀다.
버지니아 울프가 여성이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고정적인 소득과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고 외쳤듯, 이랑은 더 넓은 곳으로 나아가려는 의지를 '우리에게 돈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통해 표현한다.
가치있는 일을 하며 돈도 벌다니
관계, 연결, 지역 예술인 그리고 프리랜서의 돈까지 프리랜서 신속 지원사업으로 그동안 프리랜서가 홀로 고민만 했던 이야기를 수면 위로 끌어 올렸다. 코로나19 시대에 프리랜서 예술인의 다양한 고민을 다루었더니 방송마다 수 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인스타그램과 트위터 등 SNS 반응도 뜨거웠다.
'코로나19시대, 프리랜서가 만드는 새로운 연대' 시리즈를 기획한 사람으로는 또 다른 성과가 보였다. 가치 있는 일을 하며 동시에 재화를 만들어내는 장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방송에 출연한 프리랜서는 물론이고 방송을 만드는 나와 박초롱 작가는 프리랜서 신속 지원사업을 통해 직간접적인 수익을 창출했다.
자비로 부담하던 녹음실 대관비를 지원금으로 충당했다. 출연한 프리랜서의 창작물을 구매했고, 기획자로 인건비를 받았다. '큰일은 여자가 해야지' 방송을 시작하고 처음으로 자비를 들이지 않고 인건비를 받을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프리랜서로,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으로 세상에 의미 있는 콘텐츠를 전할 수 있었다는 자기 만족감 외에도 개인적인 소득도 있었다. 말 그대로 소득이다. 얼마 전 상반기 매출을 정리했다. 역시 매출은 처참했다. 코로나19 영향이었다. 그나마 매출이 0에 수렴하지 않았던 이유는 프리랜서 신속 지원사업으로 인건비를 받았기 때문이다.
'사회적 가치'를 지향하며 '좋아서 하는 일'이라고 해도 취미가 아닌 이상 지칠 때가 있다. 가치를 지향하거나 좋아서 하는 일의 보상은 자기 만족감으로 치환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바라보는 시선이 있다. 그러나 목구멍에 넘길 쌀 한 톨이 없다면 '가치'를 만들기 어렵다.
가치를 전하기 위한 콘텐츠라고 해도 노동이 투입되는 일이다. 그러므로 지속 가능하게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자본이 필요하다. 가치를 만드는 일에 자본을 어떻게 획득할 수 있을까? 그 가치로 수혜를 입을 사회가 지급하면 된다. 가치 재화는 물적 재화에 비해 교환 가치를 책정하기 어렵다. 또한, 가치 소비 시장은 아직 물적 재화 소비 시장에 비해 활성화되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재화로 존재하는 가치에 정당한 비용을 주려면 가치 재화의 축적으로 생성되는 사회 문화 자본으로 혜택을 보는 사람들에게 걷은 세금을 배분하면 어떨까. 가치 창출을 하는 주체에게 간접적으로 재화가 흘러 들어갈 수 있도록 공적 개입을 하는 것이다.
엘빈토플러의 책 <부의 미래>에는 '동시화의 실패'라는 개념이 나온다. 경제와 사회 발전의 속도를 사회 제도나 정책 등이 보조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동시화 되지 못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동시화를 위한 그 시작은 당사자의 목소리를 충분히 공유하는 것, 즉 가시화가 중요하다고 본다.
말과 글의 힘이 만드는 느슨한 연대
프리랜서 신속 지원사업 정산을 마치고 받은 담당자의 메일로 나는 다시금 말의 힘, 가시화의 힘을 체감했다. 지원사업의 수혜자이면서 지원사업을 설계하는 기획자로, 동시에 공공에 동시화의 씨앗을 제공하는 당사자로서의 말과 글이 살아나는 순간이었다.
말과 행동은 다른 차원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연속선상에 놓이게 된다. 말은 행위의 한 가지 양태인 것이다. 실로 우리의 말은 묘사하고 설명하는 일을 넘어 구체적 행위로서 세계에 흔적을 남긴다. 말은 결혼을 성립시키고, 관계를 단절하며, 법안을 통과시키고, 사랑을 공표하며, 전쟁을 시작한다. 혐오 발언은 비합리적 증오의 행위이며 고맙다는 말은 감사의 실천이다. '그저 말일 뿐인 말' 따위는 없는 것이다. - '유튜브는 책을 집어삼킬 것인가' 10p, 지금 여기에서 '삶을 위한 리터러시'를 이야기해야 하는 이유'
완전한 타인도 오롯이 홀로 선 개인도 없다는 것을 체감하는 요즘이다. 코로나19 시대를 관통하며 더더욱 존재의 소박함을 깨닫는다. 일상에서 일에서 우리는 서로 얼마나 많이 영향을 주고 받을까?
타인에게 영향을 주는 매개로 말 그리고 글이 있다. 공공, 단체, 개인 등 사회를 구성하는 다양한 주체는 말과 글을 통해 순환을 만들어낸다. 그 순환이 만드는 느슨한 연대의 힘, 그 힘으로 우리는 이 시기를 견디며 디스토피아가 아닌 미래를 그리는 긍정성을 확보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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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년차 프리랜서, 안전하며 유연한 노동을 꿈꾼다. 지면으로 만나는 느슨한 프리랜서 연대, 매거진 <프리낫프리 Free, not free>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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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손가락 빨던 프리랜서의 뜻밖의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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