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막터문경새재를 넘기 전 선비들이 묵었다는 숙소 자리
장순심
이전 감사와 새로 부임해 내려오는 감사가 이, 취임식을 하던 정자도 있었다. 아무래도 풍광이 좋으니 자연과 벗하려는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았을 것이고, 그러한 곳에서 높은 관직의 관리를 보내고 맞는 행사를 했으리라 짐작이 되었다.
문경새재는 산이 아기자기하다기보다는 크고 깊어 보였다. 걸어 올라가며 길이 깔끔하게 단장된 넓은 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깊은 산중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을 받았다. 이런 곳이기에 그 옛날, 산속 깊은 곳에서는 사나운 짐승들은 물론이고 도적들도 출몰했을 것이다. 때문에 과거를 보러 가는 선비들은 여럿이 모여 함께 산을 넘었다고 했다.
이러니 사람들도 쉬어가는 것이 어쩌면 당연해 보였다. 과거를 보러 가던 선비들이 묵었던 주막터도 복원되어 있었다. 선비들이 묵었다는 주막터 앞에는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정약용, 김시습, 이이 등 많은 선비들의 시비가 근처 곳곳에 세워져 있었다.
먼 길을 가며 여독을 달래고 높은 고개를 넘는 소회, 시험을 앞둔 어지러운 마음을 추스르는 감회를 적은 것도 있었다. 수많은 인물들의 시비를 통해서도 특별한 장소와 그곳의 이야기들을 통해서도 문경새재의 지리적 중요성이 잘 드러나는 것 같았다.
길 양쪽에서 들려오는 물소리에 기대어 생각을 내려놓고 걸어도 좋지만, 주변의 다양한 볼 것들을 두루 새기며 걸어도 충분한 휴식이 되는 곳 같았다. 근처에 사는 사람들이 아니라면,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곳이 주는 다양한 자취를 만나보는 것을 권하고 싶었다.
요즘엔 어느 곳을 가도 우리의 남은 시간에 다시 이곳을 찾게 될까를 생각한다. 어쩌면 지금 걷는 걸음이 이곳에서는 마지막 걸음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지금 보는 것이 이곳을 보는 마지막 풍광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보다 보면, 마주하는 모든 것들이 의미 있게 다가오곤 했다.
문경을 이전에도 한 번 왔었지만 이번처럼 문경새재의 속살을 들여다보는 것은 사실 처음이었다. 더 많이 아는 사람들에게는 겉핥기에 불과할 수도 있겠지만. 거기에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이 빚어내는 멋진 풍경까지. 눈으로 보고 마음에 새기는 이곳에서의 시간들이 가치 있고 소중하게 느껴졌다.
2관문에 도착해서 여러 장 사진을 찍었다. 햇살은 점점 뜨거워지고 있었다. 돌아 내려오는 길은 올라갈 때의 그 길이지만 다르 느낌으로 새로웠다. 올라오며 경사를 느낄 수 없는 길이었음에도 내려오는 길은 뒤에서 누군가 가볍게 밀어주는 듯 발걸음이 가벼웠다.
입구에는 옛길박물관과 오픈세트장 있어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 여행객들이 걷기를 대신해서 즐기기에 적합하다고 생각되었다. 옛길박물관에서 문경새재 옛길에 대해 눈으로 직접 보지 못한 것까지 살펴도 좋을 듯했다. 영화와 드라마를 촬영하는 세트장까지 오가는 전동차를 잠깐이지만 타 보는 것도 아이들에게는 기쁨이 될 것 같았고. 오픈세트장은 최근 사극을 촬영하기도 해서 어쩌면 드라마에서 보았던 눈에 익은 길이 보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