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교육관에서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이 열렸다.
권우성
둘째, 어떤 경로를 통해 피의사실이 피고소인에게 보고됐는지 밝혀야 한다. 피해자가 국가기관을 믿고 용기를 내 피해 사실을 알렸지만 이것이 모종의 경로를 통해 서울시장에 전달된 게 아니냐는 의혹은, 피해자에게 앞으로 '의지할 곳이 없다'는 절망감을 안길 수 있다. 또 피고소인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계기가 됐을 수 있다는 점에서 결코 가벼운 사안이 아니다. 경찰은 청와대에 보고했고, 경찰과 청와대 모두 서울시에 피의사실을 전달한 사실이 없다고 밝힌 상황이다. 누가 어떤 경로로 피의사실을 서울시장에 보고했는지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셋째, 행정안전부·국가인권위원회·여성가족부 등 책임 있는 국가기관들이 서울시에 대한 직권조사를 통해 사건 진상을 밝혀야 한다. 피해자 주장이 사실이라면, 전국 공공기관 중 가장 훌륭한 성평등 정책·시스템을 지녔다고 알려진 서울시에서 어떻게 4년 동안 위력에 의한 성추행이 지속될 수 있었는지, 또 다른 인권침해나 피해는 없었는지 확인해야 한다. 국가기관의 책임 있는 진상조사와 재발 방지 대책이 나올 수 있게 해야 한다.
넷째, 무차별적인 2차 가해로부터 피해자를 보호해야 한다. 현재 온·오프라인에서 성추행 피해자 배후를 의심하고, 피해자를 '꽃뱀'으로 매도하며 피해자와 주변 신상을 캐는 등 2차 가해가 심각한 양태로 벌어지고 있다. 심지어 현직 검사가 '나도 성추행 했다'며 피해자를 조롱하는 듯한 글을 올리고, 아나운서 등 유명 인사들이 '왜 이제야 고발 했냐'는 등 피해자를 모욕하는 상황에 적극 대처해야 한다. 경찰은 심각한 2차 피해에 노출된 피해자 신변을 보호하고, 이에 대한 적극적 수사를 통해 더는 피해가 확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다섯째, 정치권이 문제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에 이어 고 박원순 서울시장까지 '위력에 의한 성폭력 사건'이 연달아 발생하는 데에는 정당의 책임이 매우 크다. 이런 상황에서 이해찬 대표가 지난 15일 한 '당 차원 진상조사는 어렵다, 서울시가 밝혀주길 바란다'는 발언은 무책임하다. 각 정당은 성인지 감수성 교육을 필수교육으로 강화하고, 선출직 공무원 공천시스템에 교육 이수 의무화와 무관용 징계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또한 국회는 국정조사를 통해 이번 사건 의혹을 철저하게 밝혀야 할 것이며, 성폭력·성희롱 2차 피해 방지법을 제정해 피해자를 지원할 법적근거를 마련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
대한민국 여성들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분노하고 있다. 세계 최대 성 착취물 공유사이트인 '웰컴투비디오' 운영자 손정우 미국 송환 불허 결정에 이어, 비서 성폭행 사건으로 수감 중인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모친상에 대통령과 정치인들이 보낸 조화 논란 그리고 고 박원순 서울시장 성추행 피소사건까지.
이 분노를 이해하고 해결하지 못한다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다. 하루빨리 명확한 진상규명과 피해 보호책·재발방지책을 내야 할 이유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6
공유하기
서울시장 사망, 애도 뒤 찾아온 '진상규명'의 시간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