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성천과 무섬마을 외나무다리내성천과 S자 모양의 무섬마을 외나무다리가 만들어 내는 그림같은 풍경. 금빛 모래사장이 드넓다.
영주시청
이런 곳의 하상(河床, 하천 바닥)엔, 오랜 시간 물이 모래와 흙을 쌓아 놓았다. 따라서 지반이 상대적으로 무르다. 이런 연약지반에 다리를 놓으려면, 어떤 방법으로든 지반을 안정화 시켜야만 한다.
통나무 여러 개를 깊이 박아 튼튼한 인공지반을 만드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적심(積心) 작업이다. 또는 교각이 설 자리를 미리 정해 물을 막고, 무른 땅을 깊이 파낸 후 단단한 기초를 세우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두 가지 모두 외나무다리에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 조그마한 교각을 세우는 활용도에 비해, 쏟아 부은 공력이 너무 엄청나다. 비효율적이다. 대규모 기초 작업이 아닌, 일체화된 간단한 구조물을 무른 땅 속에 깊이 박아 세워, 안정성을 확보하는 방법이 합리적이다.
아울러 경제적이기도 하다. 이런 곳은 물이 많아 징검다리나 섶다리를 놓기엔 불리한 여건이다. 따라서 굵은 나무를 통째로 박아 교각으로 삼고, 그 위에 상판 역할을 하는 가설물을 얹는 방법을 고안했을 개연성이 높다.
지름 20cm 이상 되는 통나무를, 1.5∼2.0m 길이로 자른다. 끝은 뾰족하게 깎고, 머리는 네모 모양으로 다듬는다. 그렇게 만들어진 나무를 강바닥에 깊이 박는다. 간격은 1.5∼2.0m가 적당하다. 이것을 '교각 목'이라 부르기로 하자. 교각 목보다 더 두꺼운 나무를 길이 2.0~2.5m 정도로 자른다. 가지를 쳐내고 잘 다듬는다. 이 나무의 한가운데를 정교하게 반으로 가른다. 이를 '상판 목'이라 부르자.
교각 목의 간격에 맞게, 상판 목의 둥근면에 네모난 홈을 판다. 그 다음 교각 목의 네모나게 다듬어 놓은 머리 부분에 잘 맞춰 끼워준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다리가 '외나무다리'이다.
강 위에 이런 방식으로 수십∼수백 개를 잇대어나가는 방식으로, 긴 외나무다리를 놓는다. 상판 목 폭이 30cm 내외로 좁아, 교행이 가능하도록 중간 중간 대피할 수 있는 여분의 공간을 따로 만들어 둔다. 이 다리는 낙동강 지류인 길안천과 내성천 같은 감입곡류하천(하곡(河谷) 단면이 대칭인 굴삭곡류하천, 비대칭인 생육곡류하천으로 나뉨)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나누고 소통하는 드넓은 길, 외나무다리
이 다리를 외나무다리라 부르는 것은, 좀 어색한 면이 없진 않다. 우리 속담에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라는 말이 있다. 이 경우 외나무다리는, '긴 통나무가 걸쳐진 다리'가 연상되는 것이 통념이다. 앞서 살펴본 다리는 실상 '외 널판다리'에 더 가깝다.
외나무다리는 생육곡류하천에 주로 설치한다. 한쪽은 강물에 침식된 단면이 매우 가파르고, 반대편은 부드러운 모래사장이 넓게 펼쳐진 완만한 지형을 형성한다. 측방침식과 측방퇴적이 극명하게 이뤄진 곳이다. 이런 강가의 풍경은 무척 아름답다. 물이 빙빙 돌아 나가고, 금빛 모래사장이 드넓게 펼쳐져 반짝인다. 반대편은 거대한 절벽이나 가파른 경사면을 이뤄, 마치 한 폭의 산수화를 연상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