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치킨집을 운영하기도 했고 소상공인 단체인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부회장으로 활동했던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5일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이제는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보호를 넘어 이들을 육성할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남소연
우리나라가 외환위기에서 빠져나오던 2001년, 그는 매일 저녁 뜨거운 기름에 치킨을 튀겨내던 치킨호프집 사장님이었다. 매출도 쏠쏠한 편이었다. 인천 부평에 위치한 그의 가게 근처에는 대우자동차 부평공장이 있었는데 근무를 마친 노동자들이 종종 치킨을 먹으러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몇 년 뒤 같은 골목에 몇 개의 대기업 프랜차이즈 치킨점이 들어서면서부터 경쟁이 치열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우자동차 노동자들 1700여명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정리해고 되면서 부평의 골목상권 경기는 싸늘하게 식었다. 매출에 큰 타격을 입은 그는 결국 2006년 가게를 접었다.
낯설지 않은 이 자영업 실패담의 주인공은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이 의원은 당시 치킨집을 정리하면서 자영업자의 성패는 개인의 역량뿐만 아니라 외부 환경, 사회 구조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이 의원은 상인운동에 뛰어들었다.
대형마트의 무분별한 확장에 맞서 골목상인들을 조직해 대응에 나섰다. 국회에 오기 전 10년 동안 특히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 카드수수료 인하 등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숙원 사업에 앞장섰다. 전국유통상인연합회 정책실장과 전국을살리기 국민운동본부 정책위원장, 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아래 한상총련) 부회장을 거쳐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됐다.
1호 법안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이 의원은 국회에 들어온 후 1호 법안으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현재 대형 유통업체나 기업형슈퍼마켓(SSM)만 포함돼 있는 영업시간 제한·의무 휴업일 지정 대상을 복합쇼핑몰과 면세점, 아웃렛, 백화점 등으로 확대했다.
이 의원은 "대상 확대가 대형 유통업체와 골목상권 간의 양극화를 바로잡을 수 있는 조치라고 생각한다"며 "뿐만 아니라 대형 유통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건강권과 휴게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의무 휴업 확대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특히 유통산업의 상생을 강조하면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대형 유통업체들의 전략 전환을 주문했다. 이 의원은 "대형유통업체들이 시장 점유율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무리하게 출점했고 그게 매출 하락으로 이어졌다, 스스로 자초한 결과"라며 "대형 유통업체들이 과당 경쟁을 지양하고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을'의 수익을 가져가려고 하지 않는다면 소상공인과 대형 유통업체는 상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면서 "대기업들은 이미 오프라인에서 난 손실을 온라인을 통해 만회하고 있다, 대기업 유통업체들이 엄살을 부리고 있다"라며 "이들에게 줄 당근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의원은 또 소상공인과 노동자의 연대 필요성도 강조했다. 골목상권에서 소비자는 곧 노동자라는 판단에서다. 그는 "소비자인 노동자가 어려우면 소상공인도 어렵기 때문에 중요한 건 노동자와 소상공인의 연대"라며 "과거 노동자들에게 대형마트보다 골목상권을 찾아 제로페이나 지역상품권을 쓰도록 하는 캠페인을 연 것도 그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치권이 내수 경제의 주체인 노동자와 중소상공인들의 협력을 지원하는 역할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매년 이어지고 있는 최저임금을 둘러싼 사용자와 노동자간 갈등에도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그는 "최저임금을 점진적으로는 올리는 데 찬성한다"면서도 "매년 이어지고 있는 최저임금위원회의 파행을 막기 위해 노동자와 경영자가 '역지사지'할 수 있는 사회적 대화 틀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의원은 끝으로 소상공인·자영업자 정책이 영세 소상공인 보호를 넘어 성장을 돕는 육성으로 진화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의원은 "소상공인들이 급변하는 산업 구조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불공정한 갑을관계 해소에서 끝나지 않고 이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컨트롤 타워'를 만들어야 한다"라며 "정기국회 내에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유통산업의 주체로 육성하고 보호하는 종합 법안을 만들어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동주 의원과 나눈 이야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국회로 간 소상공인 대변인
- 국회에 들어온 지 두 달이 넘었다. 그동안 어떻게 시간을 보냈나.
"코로나19로 정신이 없었다. 당에 꾸려진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회의 고용일자리 태스크포스(TF)에서 활동하며 3차 추가경정예산안을 심사하기도 했고, 후속조치로 임시·정기국회를 겨냥한 5개의 법안도 발의했다."
- 정부가 코로나19로 직격탄을 입은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해 소상공인 경영안정자금을 대책으로 내놨다. 어떻게 평가하나.
"소상공인진흥공단과 신용보증기금을 통해 저신용 등급의 소상공인들이 숨을 쉴 수 있게 돼 긍정적이었다고 본다. 물론 경영안정자금이 신속히 지급되지 못한 건 아쉬움으로 남는다. 수요가 몰리면서 병목현상이 생긴 것이다. 하지만 이번 경험으로 자영업자를 위한 맞춤 은행의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 또 소상공인 간편결제시스템(제로페이)이나 각 지자체가 발행한 지역상품권 역시 지역상권에 선순환을 만들어냈다. 이런 긍정적인 효과를 생각하면, 코로나19 이후에도 지역사랑상품권의 확대가 필요하다. 지난 7월에는 직접 제로페이 근거 법령을 마련하고 한국간편결제진흥원을 제로페이 운영기관으로 지정하는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 10년 넘게 현장에 있었다. 왜 정치 참여를 결심했나?
"소상공인이 직면한 문제를 직접 해결하기 위해서다. 지난 2013년 남양유업 영업 사원이 대리점주에게 폭언을 해 사회적 논란이 됐던 당시, 민주당과 정의당이 당 내에 각각 을지로위원회와 중소상공인자영업자위원회를 설치해 지원한 덕분에 문제를 비교적 쉽게 풀 수 있었다. 민생을 해결하는 데 정치의 가능성을 엿본 것이다. 이에 더해 직접 정치에 참여하면 보다 현장에 밀접한 제도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아래 산자위)에서 활동하게 된 것도 그 연장선상인가.
"그렇다. 소상공인들을 위한 육성·보호 정책을 펴는 중소벤처기업부(아래 중기부)가 산자위의 주무 부처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회에 들어와 살펴보니 중소상공인 이슈는 중기부뿐만 아니라 고용노동부나 환경부,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다양한 부처에서 다루고 있더라. 전반기 산자위에서 성과를 많이 낼 수 있다면 후반기에는 정무위원회도 가보고 싶다."
이 의원의 치킨가게가 망한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