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체홉, 여자를 읽다’ 막 올려코믹과 애로의 모호한 경계
최미향
"나는요, 결혼한 몸이구요. 딸도 있구요. 정말 이 모든 사실이 아무렇지도 않아요? 우린 오랜 친구잖아요!"
이것은 '소피아' 대사 중 일부분이다. 서산시는 15일 사랑과 욕망을 다룬 연극 '체홉, 여자를 읽다'라는 주제로 서산시문화회관 소공연장에서 기획공연의 막을 올렸다.
이날 펼쳐진 연극은 안톤 체홉의 단편 소설 중 '약사의 아내', '아가피아', '나의 아내들', '불행'을 각색한 옴니버스 극이다. 희극과 드라마, 코미디의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무겁지도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게 '여자'의 복잡 미묘한 심리상태를 관객들에게 그대로 전달했다.
약 1시간 40분 동안 객석에서는 가끔 눈물을 흘리는 관객이 있는가 하면, 연신 입가에 미소를 띄며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서산시 덕지천로에서 왔다는 한 여성은 "여자들의 섬세한 내면세계가 그대로 전달되어 깜짝 놀랐다"며 "무대 위 주인공들은 바로 나 자신"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코믹과 에로의 경계 수위가 적절히 녹아있어 아주 흥미로웠다"고 했다.
이번 '체홉, 여자를 읽다'는 천사도 악마도 아닌 피와 살을 가진, 살아 있는 인간일 뿐이라는 관람객의 평이 있었지만 그보다 개성파 영화배우 쌍칼 박준규 주연이 주는 메시지가 강한 작품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