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풍경
연합뉴스
실사구시
현실에서 문제 해결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래서 교육 현장의 경험을 바탕으로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질문을 던져보는 작업을 시작하려는 것이다. 그 첫 작업이 "
한국 교육은 늘 틀리고 유럽 교육은 늘 옳은가(http://omn.kr/1o57r)"라는 기사에서 던진 질문이었다.
지난번에 던진 질문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프랑스 대입평준화가 좋다는데, 그랑제꼴의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독일의 대입 경쟁이 치열하지 않아서 좋다는데, 그것의 바탕이 되는 병립형 학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아직 나는 질문에 대한 진지한 답을 얻지는 못했다.
오늘은 공교육의 질을 높여서 사교육을 줄여야 한다는 논리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아마 지난번과는 다른 결에서 비난의 화살들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오랫동안 일반고에서 근무했다. 일반고의 수준이 떨어져서 특목고로 가고, 한국 공교육의 질이 떨어져서 사교육이 창궐한다는 비난을 검증하기 위해서 여러 특목고에 견학을 다녔다.
학교에서 견학을 간다고 하면 만사 제쳐놓고 따라갔고, 개인적으로 다리 건너 인연으로 특목고나 자사고의 현황을 청취하였다. 사교육 기관에 근무하는 사람들에게 강남과 특목고, 자사고 학생들이 학원에 얼마나 다니고 있는지 알아봤다.
<오마이뉴스>에도 보도된 바 있다. 지방의 특목고에서 버스 전세를 내어 대치동 학원가로 학생을 나른다는 것. 복수의 학원 강사들로부터 검증을 해봤다.
이상하지 않은가? 공교육의 질을 높이면 사교육이 줄어들 것이라는 환상은 도대체 어떻게 현실화시킬 수 있는가?
특목고나 자사고도 한국산이라 문제라고 할까봐서 다른 검증을 해봤다.
한국인들이 많이 다닌다는 외국인 대상 국제학교를 알아보고 싶었다. 지인들의 도움을 얻어 몇 다리 건너서 한국인이면서 국제 교사 자격증을 갖고 국제 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선생님과 인터뷰를 할 기회를 얻었다.
인터뷰라고 했지만 어디 매체에 실을 것도 아니고 나 혼자만의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다. 당연히 어디서 돈이 나온 것도 아니고, 그냥 인터뷰하기 위해서 중식당에서 코스 요리를 시켜서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며 국제학교의 시스템과 입시 방향 등에 대하여 물어봤다. 만난 김에 여러 가지를 알아봤지만, 정말 궁금했던 것은 검은 머리 외국인들, 즉 한국인이면서 국제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의 사교육 실태가 궁금했다.
"한국인들 꽤 다니죠? 그 학생들은 좋은 환경에서 미국 시스템으로 교육을 받으니 사교육을 받지 않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아니오. 전혀 그렇지 않아요. 제가 보기엔 일반고 학생들보다 사교육을 훨씬 많이 받습니다. 우리 학교의 한국 학생들이 저녁과 주말에 시간이 많지 않아요. 학생들이 사교육을 많이 받아서요. 과외 받는 비율도 꽤 높고요."
그럴 것이라고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실제로 증언을 통해 확인하기는 처음이었다.
학교를 비난하고, 교육을 개혁하겠다는 생각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거대한 난제가 우리 앞에 있음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에서 교육 개혁은 출발해야 한다.
실사구시에 이어 강조하고 싶은 것은 총체적인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