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세계시민선언 주최의 <미국 수정헌법 제13조> 상영회가 진행되고 있다.
세계시민선언
그러나 다큐멘터리는 해당 조항이 함정이라고 말한다. 미국은 형식상으로는 노예제를 없앴지만, 각종 기업들의 운영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저렴하거나 혹은 무상의 노동력을 여전히 필요로 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 미국은 범죄자를 양성해 합법적으로 강제노역을 시키는 일을 선택했다.
'마약과의 전쟁'을 핑계 삼아 '대량 투옥 시대'를 열어젖힌 것도 그의 일환인데, 백인들이 자주 쓰는 코카인에는 양형을 낮게, 흑인들이 자주 쓰는 크랙에는 최대 양형을 선고하도록 법 조항을 고안함으로써 흑인의 투옥을 유도했다. 미디어에서는 흑인을 약탈자로 묘사하며 사람들 사이에 공포심을 형성하기도 한다.
이러한 작업에는 또한 사설 감옥으로 돈벌이를 하는 CCA(Corrections Corporation of America)를 비롯해 교도소에서 재소자들과 그의 지인 간 통신요금을 부과하는 것으로 수익을 내는 시큐러스 테크놀로지스(Securus Technologies), 감옥에 배식을 담당하는 아라마크(Aramark) 등 기업들이 유착해있다. 이들 기업은 '미국 입법교류 평의회(ALEC)'라는 단체를 통해 정계에 광범위 하게 손을 뻗고 있기도 하다.
너무 음모론적인 발상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으나, 실제 '마약과의 전쟁'이 흑인에게만 영향을 끼치리라고 장담하는 백악관 관료의 녹취나 너무나도 확연히 차이 나는 흑인 유죄 선고율, 억울하게 사망한 수 백여 명의 흑인 피해자들의 명단은 이와 같은 가설이 음모론이 아니라 사실일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미국 수정헌법 제13조>는 이렇듯 역사적인 맥락에서 지금 왜 흑인들이 차별이 아직까지도 실존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그리고 관의 폭력에 왜 이들이 분노하고 있는지 설명한다.
BLM 운동의 연대와 국가폭력에의 저항이 상통하는 이유
노예제는 폭력적인가? 우리는 이에 긍정한다. 그렇다면 미국이라는 국가가 노예제를 운영한다면 이는 폭력적인가? 이 역시 우리는 긍정한다. 국제반노예제연합(Anti Slavery International)은 강제노동과 노예의 대물림을 노예의 충분조건 중 하나로 이야기한다.
대량 투옥을 통해 강제노동의 위험에 항시 노출돼 있고, 슬럼 지역에서 가난과 범죄의 대물림을 반복하고 있는 흑인들이 현대에도 여전히 노예 상태에 놓여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다큐멘터리가 말하는 바를 따라간다면, 우리는 이 역시 긍정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BLM 운동에 연대하는 것은 일종의 국가폭력에 저항하는 일이다, 이렇게 말하기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