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 다이빙부력에 대한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직으로 입수하는 다이빙 기술
최재호
몇 번의 시도 끝에 요령이 생겼다. 수직으로 잠수하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앞구르기를 하는 자세로 일단 머리를 최대한 물속에 처박는 것이다. 마침내 절도 있는 자세는 아니지만 미운 오리 새끼처럼 흉내 내는 수준에 도달했다. 동물의 세계는 냉정하다. 덕 다이빙 몇 번 성공 하자마자 어미 새는 둥지에서 새끼를 밀었다.
바다로 나가 다이빙을 한다기에, 몇 해 전 필리핀의 세부에서 스노클링 하던 기억이 떠올랐다. 배를 타고 일정 수심까지 나가서 구명조끼를 입고 뛰어내린다. 배에서 안전요원들이 혹시 모를 안전사고에 대비해 나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조금 하다가 힘들면 잠시 배에 올라와서 휴식을 취하고 다시 물속으로 들어간다. 구명조끼보다 더 잘 뜨는 수트를 입었으니 이건 뭐, 땅 짚고 헤엄치기지. 나만의 착각이었다.
교육생이 총 여덟 명이라서 두 팀으로 나누어 간다는 말을 들었을 때, 약간 의심을 했어야만 했다. 작은 보트에 올라타는 첫 팀의 뒷모습을 보고 줄행랑을 쳤어야 했다. 첫 팀을 싣고 사라졌던 보트가 5분 만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을 때, 그것이 마지막 기회였다. 인생에 기회는 수없이 오지만, 그것을 잡는 것은 현자의 몫이다. 선장이 내민 손을 잡고 보트에 올랐다.
"앞서간 사람들은요?"
"다이빙 교육 중이지요."
어리석은 질문에 돌아온 답은, 바다에 그들을 버리고 왔다는 의미의 완곡한 표현이었다. 그리고 머지않아 나 또한 그 대열에 합류할 것이라는 살 떨리는 엄포였다. 호흡이 가빠지기 시작했다. 정확히 5분 후, 보트는 바다 한가운데 나를 버리고 사라졌다.
하늘은 더없이 맑았으나, 조류가 약간 있는 날이었다. 부유물로 인해 바닷속 시야는 5m가 채 안 된다고 했다. 물안경 너머의 수중은 흐리고 탁했으며, 수심이 깊은 곳은 어두컴컴했다. 다이빙이고 뭐고 부이(프리다이빙용 튜브)의 손잡이를 굳건히 잡은 채 그저 둥둥 떠 있었다. 함께 간 교육생들은 해병대 출신인지, 아니면 전생에 물개였는지, 강사님의 지도하에 수심 10m 구간을 왕복했다. 마침내 내 차례가 되었다.
삶과 죽음이 모두 이 안에 있구나
프리다이버의 생명줄이라는 랜야드(조류에 떠내려가지 않도록 부이의 로프에 연결하는 줄)를 연결했으나, 손잡이를 쥔 손이 차마 떨어지지 않았다. 시간을 지체하는 것은 다른 교육생들의 시간을 빼앗는 것이고, 전형적인 민폐다. 숨을 최대한 들이마시고 바닷속으로 향했다. 짠 기운이 입술을 통해 온몸에 번졌다. 목표 수심 5m를 향해 돌진하고 싶었다. 하지만 바다는 하나의 살아 있는 생명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