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할 휴대폰과 배터리, 충전기를 분리하여 택배 상자 안에 넣었다. 이제 내 손을 떠나는 기계들로 아쉬우면서도 속이 후련하다.
노인환
내가 찾은 곳은 '한국전자제품자원순환공제조합(아래 KERC)'이다. KERC는 '전기·전자제품 및 자동차의 자원순환에 관한 법률' 제21조에 따라 폐전기 및 전자제품을 회수하는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친환경 재활용 기술을 개선하기 위한 연구 및 기술도 개발하고 있으며 2014년에 설립됐다. 환경부로부터 공익법인 인가를 받은 비영리 단체로 지역별로 자체 리사이클링 센터를 운영하고 재활용사업자와 연계한 폐전자제품 회수 및 재활용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폐휴대폰은 물론 폐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TV 등 각종 폐전자품도 처리한다.
이번 이야기의 소재인 폐휴대폰의 재활용 과정에 대해 간략하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KER는 폐휴대폰을 접수하면 배터리, 케이스 등을 분리 및 분류하는 1차 작업을 거친다. 이후 폐휴대폰 본체는 휴대폰의 형태가 남지 않도록 파쇄한다. 그리고 플라스틱, 철, 구리 등 각 물질별로 선별 및 수집하는 과정을 거쳐 해당 자원을 재활용한다. 특히 휴대폰 안에 저장된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피해를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며 나는 이 부분에서 큰 신뢰감을 받았다.
휴대폰을 처분하면서 가장 걱정된 부분은 역시 개인정보였다. 주민등록번호와 같은 정보는 아니지만 내 눈과 마음이 되어준 카메라(사진)와 문서, 그리고 사람들과 오간 다양한 메시지를 혹시 모를 타인에게 공개되는 것이 껄끄러웠다.
그동안 모아둔 휴대폰은 과거의 수많은 통화기록이나 문자, 그리고 사진들을 담고 있었고 나는 도무지 이것들을 처리할 수가 없었다. 내 추억거리 저장소라고 생각했던 휴대전화를 사실상 간직만 하고 싶었을 뿐 제대로 정리도 하지 않은 것이다.
결국 안간힘을 내어 수년 만에 작동시킨 몇몇 기기들을 제외하고는 비밀번호를 풀지 못하거나 더 이상 전원조차 켜지지 않아 개인 자료를 삭제하거나 따로 저장하지 못했다. 이때 KERC의 기기 파쇄 방식이 눈에 들어왔고 이러한 고민을 해결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