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 된 말티푸 강아지, 구름이 여행간 주인을 대신해 잠시 맡게 된 구름이
조영지
나는 개를 좋아하지 않는다. 시골에서 살아서 그런지 개는 응당 마당에서 도둑을 지키며 엄연히 사람과 구분되어 사는 게 맞는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구름이가 왔다. 아주 작고 뽀얀 털을 가진 4개월 된 말썽꾸러기 말티푸 구름이...
한동안 우리 집엔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는 아이들과 절대 안 된다는 나의 끈질긴 신경전이 이어졌다. 심지어 강아지를 키우게 되면 내가 집을 나가겠다는 엄포를 놓기도 했다.
그럼에도 아이들의 개 사랑은 좀처럼 식을 줄 몰랐다. 말끝마다 개 얘기뿐이었다. 책을 사도 개에 관한 책, TV에서도 '개는 훌륭하다', '동물농장',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를 보고, 동네 애견 센터를 심심할 때마다 오갔다.
종일 "개, 개, 개" 해대는 아이들 때문에 머리까지 아파올 지경이었다. 그 와중에 남편은 아이들이 정말 원하면 데려오는 것도 방법이라고 거들기까지 했다.
아이들도 처음에만 예뻐라 하지 종국엔 모든 뒤치다꺼리는 내 일이 될 게 뻔한데... 어쩜 다들 저렇게 쉽게 말하지 싶어 섭섭했다. 개에 관련된 얘기가 나오면 점점 더 예민하게 반응했다.
'임시 견주'가 되다
나와 아이들 사이에 팽팽한 접전이 계속되자 남편이 임시 보호를 알아보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다. 무턱대고 개를 사주는 것보다 경험해본 후 결정하는 게 나을 것 같다며 말이다. 아이들도 찬성이었다. 나 역시 합리적인 방법이라 생각했고, 우리 가족은 임시 보호가 필요한 강아지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아이들이 원하는 건 강아지였는데 임시 보호가 필요한 개는 대부분 나이가 있는 개가 많았다. 조건이 맞는 강아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입양이 정해질 때까지 무기한 우리가 데리고 있어야 한다는 게 부담스러웠다. 임시 보호마저 무산되자 아이들의 집착은 더 심해졌다.
때마침 강아지를 키우는 지인이 여행을 간다고 했다. 제발 우리 집에 맡겨 달라고 사정사정해서 4개월 된 강아지 말티푸 구름이는 우리 집에 오게 됐다. 구름이가 온다는 소식에 아이들은 이틀 전부터 '개 집중 스터디'에 들어갔다. 개 상식은 강형욱 버금갔다. 시간, 분, 초까지 세어 가며 구름이 오기만을 오매불망 기다렸다. 마침내 구름이가 오자 아이들은 난리가 났다.
그러니까 그게... 무섭다고 난리가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