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4등 >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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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부터 엄마는 아이 성적과 대학 진학에 목숨 거는 집단으로 자리매김한 것 같이 느껴진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 <4등>에는 이런 장면이 나온다. 엄마, 아빠, 아들 둘인 가족의 엄마는 둘째 아들을 데리고 절에 가서 기도를 한다. 돌아오는 길에 아이는 엄마에게 부처님께 뭐라고 빌었는지 묻는다.
엄마: "응, 아빠 하는 일 잘 되게 해달라고. 형은 수영 금메달 따게 해달라고 하고. 너는 공부 잘하게 해달라고 빌었지."
아이: "그럼 엄마는?"
엄마: "엄마는... 없어."
n번방 사건이 언론의 조명을 받아 온 국민이 알게 된 이후 특히 아들을 가진 엄마들이 모임을 조직해서 사교육을 통해 성교육을 받도록 시킨다는 기사를 본 적 있다.
온 사회에 깔린 좋은 엄마 신화 때문에 어떠한 일에도 엄마들은 반사적으로 아이들을 먼저 챙기게 된다. 물론 n번방 사건은 가해자 중에 10대 남자가 많기 때문에 더 그렇겠지만 화들짝 놀라서 아들 성교육을 시켜야겠다고 두뇌와 행동력이 따라가는 그 엄마 자신의 성은 어떤가.
엄마들은 대부분 기혼 여성으로서 어릴 때부터 어떤 문화에서 자랐고, 남편과 내가 얼마나 평등한 섹스를 하고 있는지를 생각해본 적이 없을 것이다. <4등> 엄마가 남편과 아이들을 위한 기도만 줄기차게 했지, 정작 자신을 위한 기도는 생각조차 한 적이 없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 삶이 과연 괜찮은 삶인가. 모든 것을 참고 희생하는 어머니의 모습이 이상적인 어머니상으로 그려지는 사회에서 우리는 자랐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후로 아이는 당연히 엄마가 돌봐야 하는 문화 속에서 나도 모르게 나를 팽개치고 아이에 헌신하는 내 모습을 발견한다. 어릴 때는 유기농 식단과 제대로 된 생활습관 기르기에 열을 올리고, 크면 공부에 열을 올린다.
장안의 화제였던 드라마 <스카이캐슬>에는 예서 엄마(염정아)가 예서(김혜윤)의 방에서 그동안 예서가 받은 상장들을 죽 늘어놓고 눈물을 글썽이며, "이거 우리가 다 해냈잖아"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