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정오 TV조선 이사가 대주주인 하이그라운드에서 공동 제작한 TV조선 드라마들. 모두 다른 외주제작사와 함께 공동 제작했다.
하이그라운드
- TV조선이 자회사가 아닌 특수관계자가 대주주인 회사에 일을 맡긴 이유가 뭐라고 보나?
"처음부터 그런 목적으로 씨스토리(하이그라운드 2014년 창업 당시 이름)를 설립했는지, 이후 바뀐 건지는 조사해 봐야 한다. 방정오 이사가 TV조선 대표이사를 맡은 2017년 5월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드라마 외주제작을 하이그라운드에 몰아주기 시작했다. 하이그라운드에 2017년 말부터 역외펀드 자본이 들어오는데, 그것도 방정오 이사가 대표를 맡아 일을 몰아주는 시점과 맞아 떨어진다. 결론적으로 어느 시점부터 방정오 이사가 이 회사를 이용해서 사적 이익을 추구하기로 하고 돈도 끌어들이고 드라마 외주제작도 몰아줬을 것으로 보인다."
- 회사 대표로 있으면서 자신이 대주주인 회사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
"보통 이렇게 하기 힘들다. 자기가 대표이사인 회사에서 자기가 대주주인 회사에 일감을 몰아준다? 그 당시엔 (하이그라운드는) 껍데기 밖에 없었고 지금도 TV조선 외에는 별다른 거래처가 없는데, 그런 회사에 일을 몰아준다는 건 웬만한 기업이 할 수 없는 일이다. 너무 노골적이다."
TV조선은 하이그라운드가 드라마 제작 능력을 갖춘 회사라고 해명했지만, 하이그라운드가 자체 제작 능력이 없어, TV조선과 다른 외주 제작사 사이에서 '통행료'를 받은 게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 실제 드라마 업계에선 단독 제작 비중이 3/4에 이르는데, 유독 하이그라운드에서 제작한 TV조선 드라마 6편이 모두 공동 제작이고, 드라마 편성권을 쥔 TV조선 드라마제작팀장이 현재 하이그라운드 대표를 맡고 있는 것도 이런 의혹을 뒷받침한다.(
<민중의 소리> '조선일보 둘째 아들, TV조선 '드라마 통행세' 받았나')
- 하이그라운드가 드라마 제작 능력 없이 TV조선과 외주제작사 사이에서 거간꾼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나.
"그렇다. 하이그라운드 자체가 제작 능력을 갖춘 회사라고 볼 근거가 없다. 2014년 씨스토리를 만들 때 SBS PD 출신 오종록씨가 대표이사였지만, 그 뒤로 한동안 TV조선에서 드라마 제작을 안 해 일이 없었다. 단독 제작 능력이 없으니 모두 공동 제작으로 갔다. 하이그라운드란 회사 자체가 외주제작업계에선 인지도도 없는데, TV조선을 끼고 일종의 '통행료', 법적인 용어로는 '거래 단계에 끼워 넣기'를 한 거다. 그냥 (단독으로) 외주 제작을 줘도 되는데 하이그라운드를 묶어 외주 주고 하이그라운드 매출을 올려주는 역할을 했다고 본다. TV조선 드라마제작팀장이 하이그라운드 대표까지 하고 있으니, TV조선과 하이그라운드의 관계가 이상하다는 거다."
- 이런 행위가 법적으로 문제가 되나.
"공정거래법(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상 전형적인 부당지원행위에 해당한다. 그냥 외주제작사에 (단독으로) 외주를 주면 되는데 하이그라운드를 중간에 끼워 넣어서 부당하게 지원하고 매출을 올려준 거다. <조선생존기>(2019년)가 대표적인데, 드라마 제작사인 '화이브라더스'는 TV조선과 직접 계약한 게 아니라 공동제작사인 하이그라운드와 계약을 맺고 드라마를 만들었다. 사실상 화이브라더스 혼자 제작했는데 하이그라운드를 끼워 넣은 것이다. 하이그라운드는 매출이 생기니 실적이 잡히고, 회사는 그 실적을 이용해 여러 가지 일들을 할 수 있다. 실제 역외펀드로 추정되는 곳에서 돈(자본)이 들어왔다."
하이그라운드에는 2020년 4월 현재 역외펀드로 추정되는 브릴리언트 고지 리미티드(35.3%), GTI 매니지먼트(19.53%), ACCEL 테크놀로지 홀링스 리미티드(9.88%) 등이 투자하고 있다.
- 방정오 이사와 투자자들이 (거래소나 코스닥시장) 상장 등을 통한 투자이익 실현을 염두에 뒀다고 봐야 하나.
"당연히 그렇다고 봐야 한다. 그냥 (투자)할 이유가 없다. 방정오 이사 개인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철저하게 기획된 프로젝트다. 자기가 대주주인 회사에 일을 몰아주고, 외부 자본을 유치하고 계속 회사를 키우다가 어느 시점에서 자본 이득을 얻으려고 한 거다."
조선방송은 매년 외부회계감사보고서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개하고 있지만, 일감 몰아주기 사실을 확인하긴 쉽지 않았다. 조선방송이 특수관계자인 '하이그라운드'와 거래한 사실만 있을 뿐, 그 회사 대주주가 누구인지는 외부에서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이그라운드가 지난해 처음 자산 규모 200억 원을 넘겨 지난 4월 감사보고서 의무 공개 (자산 120억 원 이상인 비상장법인)하면서 비로소 그 실체가 드러났다.
"현수막 거래가 일감 몰아주기? 조중동 계열사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