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아이오와주 인대애놀라 심슨 칼리지에서 유세 중인 민주당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사진).
연합뉴스
그러나 트럼프의 불평과 상관없이, 최근 미국 상원은 미국을 휩쓰는 인종차별 반대 분위기에 맞춰 과거 노예제도를 옹호한 남부군의 장군 이름을 군부대 명칭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와 관련해 거론되는 브래그 장군은 여러 전투에서 실패해 군사전문가들로부터 무능한 지휘관으로 평가됐던 인물이다. '브래그 증후군'이라는 용어가 생길 정도였다.
그에 비해 리 장군은 남북전쟁 시기에 남군의 지휘관으로서 탁월한 성과를 거둔 인물이다. 그러나 그는 패전 이후에도 노예제도 유지를 주장했으며 흑인 투표권을 결사반대한 인물이다. 펠만의 연구에 따르면, 아래 발언에서 보듯 리 장군의 인종차별적 편견은 명확한 것이었다.
"내가 보기에 오늘날 남부에 사는 흑인은 투표를 현명하게 할 줄 모른다. 그래서 그들에게 투표권을 허락하면 선전선동에 놀아날 것이다. 그리고 여러 가지로 혼란을 야기할 것이다."
21세기에 인종차별적 편견이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는 것을 미국 상원도 인정한 셈인데, 트럼프만이 고집을 피우고 있는 것이다.
인종차별 철폐보다 부동산? 트럼프는 왜 주거법안 거론할까
트럼프는 나아가, 오바마 정부에서 발효된 공평주거촉진조치(Affirmatively Furthering Fair Housing)를 무력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조치는 공평주거권리법(Fair Housing Act) 촉진을 위한 것이었다.
이 공평주거권리법은 1968년 제정된 민권법(Civil Rights Act)의 제8~9조를 하나로 묶어 지칭하는 것으로 부동산의 매매, 임대, 융자에 있어 인종, 종교, 국적, 성별에 따른 차별을 금지한다. 트럼프는 부동산 사업을 한창 벌이던 1973년에 이 법을 위반해 고발을 당한 적이 있다. 그런 그가 이 법이 교외 지역 발전을 저해한다고 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그가 트위터에서 한 말을 다시 인용해 보자.
"교외 지역에 거주하는 많은 위대한 미국인들과 그 밖의 사람들의 요청에 따라 나는 공평주거촉진조치를 (재)검토 중에 있다. 이 조치는 한때 잘나가던 교외 지역을 초토화시켰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백인들끼리 잘 살고 있던 지역에 유색인종들이 몰려들어 부동산 가격이 내려갔다는 것이다. 그에게는 인종차별 철폐보다는 부동산 가격이 더 중요한 사안으로 여겨지는 모양이다.
백인들이 주로 거주하는 주거지는 대체적으로 생활수준이 높을 뿐 아니라 대부분 교육 혜택이 많은 지역역이다. 그래서 이른바 사회적 성공을 거두고자 하는 사람들이 애호한다. 유색인종 가운데 경제적 부를 이룬 사람들이 이런 지역으로 이주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많은 백인들은 기득권을 지키고 이른바 동네가 '지저분해지는 것'을 원치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 심리를 트럼프가 이용하려는 것이다.
2020년 11월 3일에 치러지는 미국 대통령 선거를 네 달 남겨둔 시점에서 트럼프는 왜 이런 분열적이고 논란을 야기하는 행보를 보이는 것일까? 답은 2016년에 치른 미국의 45대 대선을 회고해보면 나온다. 트럼프는 '아메리카를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구호로 당시 대선에 뛰어들었다.
그는 군대도 기피하고 공직 생활을 단 한번도 해 본적 없는 후보였다. 그런 그가 공화당 후보 16명을 물리쳤다. 그리고 트럼프는, 자신보다 여론 조사에서 늘 앞서가고 선거 비용도 6억 달러로 2배나 많이 썼으며, 대선 투표에서도 286만 표를 더 얻어 2.1%p나 앞선 힐러리 클린턴을 물리치고 대통령이 됐다(트럼프는 당시 득표수에서 클린턴에 뒤졌으나, 선거인단 투표에서 이기면서 승자가 됐다- 편집자 주).
여러 서방 제국에서도 트럼프를 탐탁지 않게 여겼다. 특히 독일은 힐러리를 노골적으로 밀기까지 했다. 모든 것이 불리한 상황에서 상식을 뛰어넘어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것이다. 그가 대통령이 된 데에는 공화당을 지지하고 보수적이며 성실한 기독교 신자이고 40대 이상인 대학을 나오지 않은, 고소득층에 속하는 백인이 있었기 때문이다. 인종으로 볼 때 흑인의 8%, 아시아인 29%, 히스패닉의 29%만이 트럼프를 지지한 반면에 백인은 58%가 지지했다. 백인의 40% 가까이가 힐러리를 선택했으나, 이 정도의 지지만으로도 트럼프가 당선되는 데엔 충분했던 것이다.
트럼프가 노골적으로 여론 분열 부추기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