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 스틸 이미지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
플로리다에 위치한 꿈과 희망의 나라 디즈니월드, 그 뒷골목에는 모텔촌이 들어서 있다. 한국 모텔과는 분위기가 다른데, 집이 없고 갈 곳 없는 빈곤층 사람들이 모여서 거주하고 있는 일종의 생활 시설로 변한 곳이었다.
이 좁은 모텔방에서 꼬마 무니와 어린 엄마 핼리가 함께 살아가고 있다. 핼리는 딱히 직장도 없고 수입도 없이 홀로 무니를 키워야 하는 처지에 놓여있다. 모텔촌에 사는 비슷한 처지의 아이들은 서로 어울려 노는데, 문제는 이 아이들이 노는 방식이 여느 아이들과 다르다는 것이다.
아이스크림 가게 앞에서 구걸해서 산 아이스크림 한 개를 나눠 먹거나 버려진 폐가에 가서 물건들을 부수며 놀다가 건물 전체를 불태우기도 한다. 모텔 주변을 서성이는 소아성애자로 보이는 위험한 남성이 접근하기도 하는 아찔한 상황에 무방비로 노출되기도 하는 등 영화를 보는 내내 무척이나 걱정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일반적으로 아이들이 가지고 놀 수 있는 안전한 장난감이나 그 흔한 놀이터조차 없는 곳에서 아이들이 위험하게 자라고 있었다. 디즈니월드 기념품과 장난감을 파는 가게가 계속 배경으로 등장한다는 게 아이러니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비싼 장난감에 눈길조차 주지 못한다.
직업이 없는 어린 엄마 핼리는 무니와 어떻게든 살아나가기 위해 지옥 같은 방세와의 싸움을 벌여야 한다. 매주 지불해야 하는 방세는 하루 이틀 날짜를 어기기 일쑤다. 핼리는 흠집이 난 향수를 사서 길거리에서 되팔거나 디즈니월드 입장 팔찌를 훔쳐서 팔기도 하는 등 하루하루 버티며 살아가다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지경이 되자 성매매를 선택하게 된다.
경제적 능력을 갖춰야만 부모 자격을 갖춘 것일까. 아동에게 안전한 가정을 만들어 준다며 부모와 생이별하게 만드는 아동법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플로리다 프로젝트>였다.
영화를 보며 눈물샘을 쥐어짜는 장면이 없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흔한 가족 영화에서 볼 수 있는 눈물샘 자극용 장면이 없었다. 힘들게 살아나가는 엄마 핼리는 눈물을 흘릴 여유조차 없기 때문이다. 극적이고 충격적인 장면은 없었다. 그렇지만 그 어떤 영화보다도 가슴이 아프고 아름다운, 굉장히 잘 만들어진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