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 사장을 지냈던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자신의 집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인천국제공항 보안요원의 정규직 전환 발표 논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유성호
질문은 딱 하나, '무엇이 가장 답답하냐'였다. 하지만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인천 연수을)은 10분 넘게 답변을 이어갔다. 그는 최근 인천공항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둘러싼 전후사정을 줄줄 읊어가며 "그러니까 답답하다"라고 토로했다.
정일영 의원은 2016년 2월부터 2019년 4월까지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었다. 2017년 5월 12일 문재인 대통령이 인천공항을 찾아 '공공기관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선언할 때에도 함께 했다. 3일 뒤, 정일영 사장은 정규직 전환을 위한 전담팀(TF)를 꾸렸고 직접 팀장까지 맡았다.
그로부터 3년이 흘렀다. 지난 6월 22일 인천공항공사는 보안검색업무를 맡아온 비정규직 직원 1906명을 7월 1일부터 자회사 소속으로 바꾼 뒤 올해 안에 정규직인 청원경찰로 직접 고용한다고 발표했다. 다만 여기서 40% 정도 차지하는 2017년 5월 이후 입사자의 경우 경쟁채용절차를 밟는다.
갑자기 인천공항 정규직은 정규직대로, 취업준비생들은 취업준비생대로 '우리 일자리를 뺏는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인천공항 비정규직들이 대통령을 만난 덕에 정규직 기회를 얻었다며 '문재인 로또'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이른바 '인국공 사태'(인천국제공항 정규직 전환 논란)다.
1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만난 정일영 의원은 "문재인 로또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다음은 이번 일이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그의 설명을 정리한 내용이다.
"3년 전부터 해온 건데... 다들 손 놓고 있었다"
▲ 정일영 “공항 정규직 전환, ‘로또취업’ 아닌 비정상의 정상화” ⓒ 유성호
- 최근 한 행사에서 동료 의원들에게 인천공항 문제로 답답함을 호소하는 모습을 봤다. 인천공항공사 사장 시절 직접 추진했던 사안인데, 가장 답답한 부분이 어딘가.
"이게 갑자기, 지금 시작한 게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 방문 후 바로 TF 구성해서 고민했다(한숨). 비정규직 문제는 (한국 사회에서) 굉장히 오래된 숙제인데 해결을 못하지 않았나. 그래서 획기적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처음 시도했다. 사실 시간을 오래 끌면 하기 어렵다는 걸 알아서 2017년 안에 끝내려고 했다. 그랬으면 지금 같은 상황이 안 벌어졌을 텐데...
어떤 기자가 묻더라. '대통령이 왔다간 날짜 기준으로 채용 절차와 방법이 달라진다는 게 말이 되냐?'고. 그런데 60여 개 용역업체 중 다수와 계약이 이미 맺어져 있었다. 이 계약이 바로 어제, 2020년 6월 말까지였다.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개항이 2018년 1월이라 가을부터는 개항 준비에 들어가야 했고, 지금 얘기 나오는 보안검색요원을 새로 뽑아서 훈련을 시켜야 해서 이미 채용절차도 진행 중이었다.
이미 맺은 계약을 끝내서라도 진행할까 했다. 하지만 위약금 문제에 법적 문제도 있더라. 또 신규 채용 직원을 누가 뽑냐는 문제가 있었다. 민주노총 등에선 100% 직접 고용하라고 강력하게 요구하는데, 한쪽에선 10%만 하면 된다고 하는 등 숫자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그럼 자회사로 뽑는다? 자회사도 아무리 빨리 만들어야 4~5개월 걸리는데, 당장 사람이 필요했다. 그러니까 일단 협력업체에서 뽑는 대신에 정말 정당하고 공정한 절차를 거쳐라, 또 나중에 우리가 자회사를 만들어서 계약이 끝나면 자회사 정규직으로 전환할 때 검증하겠다고 했다.
이후 노사가 충분히 대화하고, 정규직들을 설득하면서 어제(6월 30일)까지 끝내야 했다. 그런데 인천공항공사 경영진, 관리감독하는 국토교통부, 정규직화를 함께 한 고용노동부에 청와대까지도 어떤 면에서는 손을 놓고 있었다. 진도가 안 나갔다. 제가 이번에 정규직한테 '왜 그렇게 화가 나냐'고 물었더니 그들은 보안검색요원들이 자회사로 가는 줄 알았다더라. 2월엔가 3월엔가 회사와 주고받은 문건에는 자회사 얘기만 있었다고. 그런데 갑자기 직고용해서 청원경찰로 근무한다고 발표 나니까 (회사를 향한) 불신이 싹트게 됐다더라.
이 과정을 보면서 참 답답한 게, 첫째는 경영진도 지난 몇 달 동안 무슨 일을 했는지 모를 정도다. 절대 한 순간의 어려움을 피하려고 딴 소리하고 거짓말하면 안되는데. 또 국토부에서 재촉이든 독려든 해야 했는데 안 했다. 노동부도, 청와대도. 제가 원래 안 나서려고 했다. 근데 너무들 해명을 못하고, 나서질 않으니 답답했다."
"취준생 분노 이해하지만, 팩트는 정확히"
- '아르바이트생이 연봉 5천만 원 받는 자리에 직접 고용된다', '취업준비생들 일자리 뺏기'라는 얘기들이 계속 나왔다.
"가짜뉴스다. 그릇이 다르다. 대졸자들이 들어오는 5급 공채랑 보안검색요원 직렬은 섞이지 않는다. 오늘 신문에도 '4년간 4800명 정규직 전환한 인천공항, 올해 신규채용은 1명뿐'이라고 하던데 그것도 안 맞는다.
지난 4년 동안 약 500명 채용했다. 제 임기 때도 똑같은 논란이 있어서 제가 적극 해명했다. 신규 채용은 한 명도 줄지 않고, 인천공항이 더 커지니까 5급 공채 자리는 더 늘어난다고. 좀 전에 공항공사에도 물었더니 올해 70명 정도 공채 계획이 있는데, 1사분기에는 상위직 한 명만 뽑았다더라. 정규직 신입공채 일정은 보통 하반기에 있으니까 아직은 신입공채를 하지 않은 거다.
언뜻 보면 (보도대로) 상당히 잘못된 것 같이 보이는 상황이다."
-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되면 월급이 대폭 오른다는 말도 있다.
"(벽에 걸린 문재인 대통령의 2017년 5월 12일 인천공항 방문 사진을 가리키며) 이때도 민주노총에서 '(정규직 전환과 함께) 월급을 많이 올려야 한다'고 했는데, 문 대통령이 '고용안정이 우선이고 처우 개선은 다음'이라고 정리했다. 그래서 원래 용역업체 경영진몫이 10% 정도였는데 그 돈 안에서 정규직화 후 처우 개선에 쓴다고 정했다.
그때 노동자들은 자회사조차도 기타 공기업으로 지정되길 원했다. 제가 '공기업 되면 기획재정부 감독 받아야 하고, 민간기업으로 남아야 훨씬 처우 개선이 빠른데 왜 그러냐'고 물었다. 그분들이 그러더라. '세상이 바뀔 수 있잖아요. 다시 비정규직 되면 어떡해요. 기타 공기업으로 남아서 법에 근거 있으면 괜찮지 않을까요.' 저는 진짜 깜짝 놀랐다. 월급 많이 받게 해달라고 할 줄 알았는데, 그분들은 고용안정, 정규직 소망이 더 절실한 거다.
제가 이런 얘기하면 취준생들이 '나쁜 놈'이라고 공격한다. 그들의 답답한 마음도 이해한다. 지금 20대 청년 실업률이 전연령대 실업률보다 2배 정도 높다(2020년 1분기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전체 실업률 4.2%, 20대는 8.7% - 기자 주). 10년 전이랑 비교해도 고용의 질 등이 훨씬 나빠졌다.
청년들로선 당연히 화가 나는데, '우리가 잘했다'고 할 수 없다. 청년문제, 실업난은 진짜 심각하게 받아들여서 정부나 당이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런데 팩트를 정확히 짚고 가면서 출발해야지, 인천공항 정규직화를 (청년실업 문제의) 출발점으로 삼는 건 맞지 않다."
"수하물 대란 땐 '비정규직이 문제'라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