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의 고통도 없는 식탁, 함께 하실래요?"

[인터뷰] 서산동물권행동 이미숙 활동가

등록 2020.07.02 09:12수정 2020.07.02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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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숙 활동가는 동물 애호와 동물권은 구별 되어야 한다고 했다. 권리의 문제는 호불호의 영역이 아니라 당위의 영역으로 한 사회 안에서 인간을 존중하는 태도와 동물을 존중하는 태도는 결코 동떨어져있지 않다고 했다. 인권과 동물권은 양자택일이 아니라 오히려 상관관계라는 것이다.
이미숙 활동가는 동물 애호와 동물권은 구별 되어야 한다고 했다. 권리의 문제는 호불호의 영역이 아니라 당위의 영역으로 한 사회 안에서 인간을 존중하는 태도와 동물을 존중하는 태도는 결코 동떨어져있지 않다고 했다. 인권과 동물권은 양자택일이 아니라 오히려 상관관계라는 것이다.방관식
 
지난 1일 만난 서산동물권행동 이미숙 활동가는 세상사람 모두는 변할 수 있다고 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동물권이니 채식주의니 하는 단어와는 일면식도 없던 자신이 지금은 비건주의(Veganism) 삶을 지향하고 있는 것이 증거란다.

그의 시작도 그다지 거창하지는 않았다. 3년 6개월 전쯤부터 길고양이였던 하루를 만나 함께 생활하게 된 것이 나침반의 방향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하루는 이미숙씨의 활동명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네발 달린 생물체가 내 주위에 있구나 하는 정도가 다였어요. 하지만 길고양이들의 현실을 하나둘씩 알게 되고, 이건 아닌데 왜 이럴까하는 의문이 들면서 관심 영역도 넓어졌고, 이런 과정을 통해 동물과 관련한 불편한 진실도 접하면서 차츰 현재의 생각과 방식을 만들게 된 것이죠."

죄 없이 고통받는 반려동물에 대한 연민은 우리 사회의 잘못된 인식을 향한 분노로, 이 분노는 곧 변화를 갈망하는 활동으로 눈길을 돌리게 했고, 그 첫 결실이 지난해 결성한 서산동물권행동이다.
 
 지난 1월 진행된 다큐 도미니언 상영회 모습. 동물과 관련한 불편한 진실과 마주한 시민들은 동물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기회를 가졌다.
지난 1월 진행된 다큐 도미니언 상영회 모습. 동물과 관련한 불편한 진실과 마주한 시민들은 동물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기회를 가졌다. 서산동물권행동
 
종차별을 넘어 인간과 동물 모든 생명이 그 자체로 존중받으며 공존하는 세상을 만들고 싶은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해 지금은 14명의 회원들이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그동안 '반려동물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 캠페인을 시작으로 다큐 도미니언 상영, 길고양이들을 위한 물과 사료 급식소인 '캣 편한 세상'을 유료 제작해 분양하는 등 척박한 서산지역에 동물권이란 생소한 단어를 알리는데 노력해왔다. 또 지난달 13일에는 동물권행동 카라의 간현임 팀장을 초청해 서산지역에서는 최초로 동물권과 관련한 강좌를 개최하는 등 차츰 활동범위를 넓혀가는 중이다.

"동물권은 사람이 아닌 동물 역시 인권에 비견되는 생명권을 지니며 고통을 피하고 학대당하지 않을 권리, 그들도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동물 보호가 인간이 주체가 되어 객체를 보살핀다는 시혜의 어감을 가진다면 동물권은 우리의 인식이나 의지와 상관없는 자연권인 것이죠."
 
 길고양이들을 위한 물과 사료 급식소인 ‘캣 편한 세상’. 시민들의 호응이 좋은 편이어서 더 많은 설치가 기대되고 있다.
길고양이들을 위한 물과 사료 급식소인 ‘캣 편한 세상’. 시민들의 호응이 좋은 편이어서 더 많은 설치가 기대되고 있다.방관식

이미숙 활동가는 동물권에 대해 처음부터 너무 심각하게 접근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육류 섭취를 줄이고, 가죽이나 털옷을 사용하지 않고, 동물 쇼 관람을 하지 않는 등 일단 자신이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을 행동으로 옮기다 보면 자연스레 동물권을 이해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현재 우리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려동물에 대한 학대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우려한 이미숙 활동가는 어려서부터 동물에 대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라고 진단했다. 은연중에 돼지나 닭은 우리와 전혀 다르다는 의식이 머릿속에 각인돼 반려동물을 생명체가 아닌 사고파는 물건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지난달 13일 서산지역에서는 최초로 열린 동물권 관련 강좌. 서산동물권행동은 앞으로도 다양한 교육이나 강좌를 통해 인간과 동물이 행복을 공유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지난달 13일 서산지역에서는 최초로 열린 동물권 관련 강좌. 서산동물권행동은 앞으로도 다양한 교육이나 강좌를 통해 인간과 동물이 행복을 공유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서산동물권행동

서산동물권행동은 이처럼 잘못된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앞으로도 다양한 활동을 추진할 계획이다. 행정기관에 동물보호법 준수나 동물보호명예감시원 제도 등을 적극 제안하는 것은 물론 강연, 교육, 영화상영 등을 통해 공장식 축산이나 강아지 공장 등의 불편한 진실을 지속적으로 알리려고 한다. 가깝게는 오는 복날을 맞아 '인간도 동물도 행복한 복날을 만들어요' 캠페인'을 펼칠 예정이다.


물론 갈 길이 멀다는 것도 잘 안다. 하지만 세상이 조금씩 변하고 있기에 먼 길도 마다 않는다. 이미숙 행동가는 내 식탁 위를 차지하고 있는 생명들에 대해 자신에게 한번 질문을 던져보라고 했다. 그 질문이 곧 고통 없는 식탁을 만드는 지름길이 될 것이라면서 말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충청뉴스라인에도 실립니다.
#서산동물권행동 #이미숙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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