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홍준표 제21대 국회 첫 본회의가 열린 지난 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무소속 홍준표 의원이 미래통합당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는 모습.
남소연
"흉악범죄나 반인륜범죄를 저질러 사형이 확정된 자에 대한 사형 집행 의무를 우선하도록 강제하여..."
18대 국회를 마지막으로 국회를 떠났다가 8년 만에 돌아온 홍준표 무소속 의원이 지난 6월 30일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사형집행 의무 강제'로 요약할 수 있는 이 법안은 '홍준표의 좋은세상 만들기' 시리즈 3탄이라고 한다.
발의 소식이 알려진 지 하루만에 국민 여론은 사형제를 중심으로 찬반으로 나뉘는 모양새다. 나는 이 법안에서 포퓰리즘 법안의 '냄새'를 맡는다.
표퓰리즘
입법부를 구성하는 국회의원의 제1의무는 '입법'이다. 어떤 법안을 몇 건이나 발의했냐는 국회의원이 국민으로부터 평가받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그때문에 법안 발의 건수에 목을 매는 의원들이 많다. 21대 국회 임기가 시작된 지 한 달여밖에 안됐지만 벌써 의원들은 1190건(7월 1일 기준)의 법안을 발의했다.
수많은 법안이 발의되지만, 상당수가 폐기된다. 20대 국회 때 처리된 법안은 전체의 37.8%에 불과했다. 빛도 보지 못한 채 폐기된 법안들은 저마다 다양한 사연을 갖고 있을 것이다. '차별금지법'과 같이 국회 구성을 고려했을 때 통과될 가능성이 희박하면서도 발의 자체에 의미를 두고 탄생한 법안도 있는 반면, 통과는 염두에 두지 않고 단순히 발의 행위에 방점이 찍힌 법안도 있을 것이다.
'발의 행위'에 의미를 두는 법안은 대부분 의원 개인의 업적 내지는 홍보를 위해 추진된다. 특히 이런 법안에는 으레 국민 여론에 매우 민감한 사안이 담기곤 한다. 대중의 입에 오르내리기 위해서다. 대표적인 '포퓰리즘 정치'라 하겠다. 하지만 이런 법안은 때로는 해악이 되곤 한다. 국민 여론이 찬반으로 나뉘어 갈등을 조장하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홍준표 의원의 '흉악범 사형 집행' 법안이 그렇다.
사형제 부활이 타당하지 않은 이유
IMF 외환위기로 온 나라가 혼란에 빠져있던 1997년 12월 30일, 김영삼 당시 대통령은 23명의 수감자에 대한 사형 집행을 단행했다. 이로써 그는 대통령 재임 기간 동안 57명에 대한 사형을 집행한 대통령으로 기록됐다. 동시에 전임 대통령이었던 노태우의 38명보다 19명 많은 사형을 집행해 박정희의 473명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던 사형집행 건수를 뒤집어놓은 대통령이 됐다. 하지만 그후 20년이 넘도록 단 한 명에 대한 사형도 집행하지 않았다. 국제엠네스티는 대한민국을 '실질적 사형 폐지 국가'로 분류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사형제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키는 흉악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사형을 다시 집행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곤 한다. 근래에는 '고유정 사건'과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등이 그랬다.
홍준표 의원의 형사소송법 개정안 제안 사유를 통해 사형을 다시 집행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의 주요 논거를 살펴보면, 사형을 집행함으로써 사법 원칙과 정의를 바로 세울 수 있고 흉악범 등으로부터 공동체와 사회를 보호해 국민들의 생명과 인권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형 판결을 선고받은 이들은 영구적으로 사회로부터 격리된 교도소에 수감된다. 굳이 생명을 빼앗지 않아도 그들이 우리 사회를 위협할 가능성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