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중구 학성동 인근의 폐업 공지가 붙은 가게
황경민
코로나19의 위기인가, 지역 상점의 위기인가
국세청 자료에 의하면 2008년부터 10여 년 간 자영업자의 폐업률은 꾸준히 80%에 육박한다. 그만큼 또 창업이 이어지지만 3년을 버티는 경우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코로나19 사태는 상황이 더 도드라져 보이게 할 뿐, 실은 자영업의 위기는 언제나 있었다.
사람들은 이제 역세권에 이어 '편세권'을 찾는다. 내가 사는 곳 주변에 '스타벅스'가 있는지 검색한다. 공들여 맛집을 찾는 일은 관두고 '배달의 민족'을 이용한다. 소비자들은 이제 내가 원하는 것을 바로 충족해줄 수 있는 무엇인가를 기대한다. 하지만 지역 상점들의 들쭉날쭉한 요소는 상권을 형성한 모든 가게에 마이너스가 된다.
그런 점에서 전통시장은 지역 상권의 현실을 반영하는 가장 좋은 지표가 될 수 있다. 울산 북구에 거주하는 50대 여성 L 씨는 집 주변 전통시장에 대해 "소매점이든 식당이든 아무래도 마트보다 청결하지 않은 것 같고, 나이 드신 할머니들은 카드 단말기가 없으니 현금 결제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라며 "원산지 표기가 잘 안돼 있거나 양이 들쭉날쭉해서 1인 가구 시대와는 동떨어진 것이 아닌가"라고 말한다.
군집한 지역 상점의 대표 격인 전통시장은 그 명맥을 잇는 일로 20년 전부터 갈등이 불거져왔지만 냉정하게 보면 전통시장은 이미 소비자들로부터 품질이나 서비스에 대한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몇몇의 우수한 가게가 성업 중에 있더라도 주변 가게가 불량 상품을 팔거나 엉망인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결국은 신뢰성이 떨어지고 시장 전체의 이미지가 되고 만다.
실제로 필자 역시 수년 전 한 전통 시장에서 두부를 구매했다가 장염에 걸린 적이 있다. 막 기온이 오르던 터에 비닐 막으로 대충 덮어놓은 두부판이 의심되었지만 그래도 믿었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두 번 다시 그 시장을 방문하지 않았고, 그에 따라 시장에 인접한 상점에 방문할 일도 없어졌다.
전통시장이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되는 메커니즘은 막 장사에 뛰어든 이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어쨌든 시장도 생업의 터전을 떠나 소비자가 소비재를 소모하기 위해 오는 곳이기 때문이다.
<골목식당>의 취지처럼 지역 상권을 책임지는 소상공인들이 근본적으로 대중의 발길을 사로잡을 방법은 위생이나 서비스 등의 기본을 갖추고 특색을 형성한 뒤에 그것의 일관된 톤 앤 매너를 구축하는 것이다. 일단 벌려놓고 알아서 돌아가겠지라고 안일하게 생각하는 일은 말짱 도루묵이 될 확률이 높다. 맛이나 분위기는 순전히 각자에게 달린 일이지만, '지속 가능한 상권'은 혼자서 아등바등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분명히 협업이 필요한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