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복지센터가 문을 닫은지 5개월이 지났다. 발달장애인 김유진씨는 대부분의 시간을 집안에서 보낸다.
김신애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어진다는 발표에 유진씨의 엄마, 김신애씨는 한 숨을 내쉬었다. 복지관 프로그램이 중단된 후, 밖으로 나갈 수 없어 종일 집안에 있던 유진씨의 멍한 눈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작되던 2월 초, 복지관은 대부분 문을 닫았다. 코로나19감염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장애인들은 복지관 휴관을 '사회적 사망선고'처럼 받아들였다. 장애를 위한 별다른 치료법이 없어 복지관 프로그램에 기대는 발달장애인의 경우는 더 그랬다. 발달장애인에게는 복지관에서 하는 언어치료 등의 프로그램을 하는 게 정기적인 사회활동의 전부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5개월여 이어지며 복지관의 문은 다시 열리지 않고 있다. 유진씨가 다니던 경북 울진의 장애인복지관도 지난 2월부터 운영이 중단됐다.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유진씨가 받던 물리치료·언어치료도 끊겼다. 매주 활동지원사와 찾던 도서관도 이용할 수 없게 됐다. 유진씨의 사회적 접촉이 모두 끊겼다.
"발달장애인에게 복지관은 유일한 숨구멍이에요, 복지관에 가서 30분 물리치료를 받고, 언어치료사와 눈을 맞추고 감각을 깨우는 게 유진이에게는 절대적인 시간이에요. 사회와 접촉하고 소통하는 시간이죠. 5개월 동안 유진이는 정말 누워서 숨만 쉬는 거예요."
올 초 들이닥친 '코로나19'는 유진씨의 사회적 삶을 앗아갔다. 유진씨는 지능수준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결과를 받았지만, 특수학교가 없는 울진에서 일반 초·중·고를 문제없이 졸업했다. 특수교사를 배정받아 도움반에서 수업도 들었다. 한 문장으로 자기 의사를 표현하기 어려운 수준이지만, 학교 수련회도 참여하고 고등학교 2학년 때는 일본을 가기도 했다.
유진씨는 2015년, 3박 4일 일본으로 '현장 체험학습'을 다녀왔다. 유진씨를 돕기 위해 2명의 특수교사가 투입됐다. 유진씨의 기저귀를 갈아주고 시간에 맞춰 위와 연결된 관을 통해 특수 분유를 넣어줬다. 아무 사고 없이 유진씨는 해외여행을 마쳤다.
"유진이는 입으로 물 한 방울도 못 먹어요. 위에 구멍을 뚫어서 호스관을 연결해 특수 분유를 먹어요. 몸을 못 가누니까 휠체어에 누워서 있어야 해요. 그래도 초·중·고 학교생활을 했어요. 특수교사의 도움을 받고 학교의 지원을 받아서 가능했던 일이에요. 정책·시스템만 있다면 유진이도 사회에서 격리되지 않고 지낼 수 있어요."
김신애씨는 결국, 발달장애인의 사회화는 정책과 연결되어 있다고 봤다. 정부가 어떤 법과 제도로 이들을 보호하느냐에 따라 장애인 삶의 질은 달라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라는 감염병 앞에서 장애인은 우선 순위에서 밀려났다. 복지관이 휴관할 때 그곳에서 치료를 받던 장애인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이는 없었다. 울진군청에 장애인들의 상황을 전해도 "지금으로서는 해드릴 수 있는 일이 없다"라는 답만 돌아왔다.
"유진이는 뇌전증지속증이 있어요. 입에 거품을 물고 발작을 하는 거죠. 경기를 일으킨다고 보면 되는데, 코로나19 전에도 유진이는 발작을 했어요. 일주일에 10번 한 적도 있었죠. 학교를 다니고 복지관을 다닐 땐 발작을 해도 응급실까지 갈 정도는 아니었어요. 요즘은 위급상황이 늘어나고 있어요. 정확하게 코로나19 이후부터 발작으로 한 달에 한 번은 응급실에 실려가요."
김신애씨는 유진씨가 코로나19 이후 눈에 띄게 퇴화하고 있다고 했다. 유진씨의 발작 수준은 더 심각해졌고, 응급상황은 더 잦아졌다. 의사도 별다른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다. 김신애씨는 "복지관에서 여러 치료를 통해 뇌에 자극을 줬던 게 중단되니까 발작이 심각해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언어치료사가 '김유진', 이름을 부르면 얼굴을 돌리고 눈을 마주치던 것도 옛일이 됐다. 유진씨의 팔목과 발목은 성인의 손으로 한 줌도 채 되지 않았다. 김신애씨는 "그냥 식물인간처럼 아무 반응이 없는 상황이에요, 근육은 말랐고 눈은 흐릿해요"라고 흐느꼈다.
코로나19라는 감염병으로 중단된 치료 앞에서 발달장애인인 유진씨가 보호받을 방법은 없을까. 엄마인 김신애씨는 '정부의 최소한 지원'이라도 간절하다고 호소했다.
"당장 대단한 요구를 하는 게 아니에요. 복지관의 방역을 철저히하고 최소한 두 시간마다 체온을 확인하고, 최소인원 소그룹으로 한 두번이라도 치료를 이어갈 수 있잖아요. 아이들이 사회 안에서 숨을 쉴 수 있도록 최소한의 창구를 닫지는 말아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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