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근 게 좋아요, 터진 게 좋아요?

말굽형 둔지오름과 원형 분화구 돝오름 탐방기

등록 2020.06.30 14:44수정 2020.06.30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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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6일 금요일, 금오름나그네들이 송당에 있는 둔지오름과 돝오름에 올랐다. 8명 중 4명만 참여했다. 두 부부가 급한 집안일이 생겨서 못 참여함을 안타까워했다. 성읍2리 로타리에서 3시에 만나 차 한대로 출발했다.


오후 3시 20분 쯤 둔지오름 입구에 도착했다. 입구가 나타나기 전에 오름 방향으로 난 길이 많았다. 오름 표지석이 나타날 때까지 들어가지 않은 게 좋다. 길가에 오름이 봉긋하게 솟아나 있다. 가까운 주변에 오름이 없어 쉽게 눈에 띈다. 돝오름에서 찍힌 사진에서 둔지오름 전체 모습이 잘 드러난다.
 
둔지오름 톳오름에서 찍은 둔지오름 전체 모습
둔지오름톳오름에서 찍은 둔지오름 전체 모습신병철
 
둔지오름 입구에는 커다란 표지석이 서 있다. 이것을 찾아야 오름에 제대로 올라갈 수 있다. 둔지란 '평지보다 조금 높은 곳'이란 뜻이란다. 이 지역에 둔지가 많고, 둔지오름은 그 중에서 가장 높은 둔지인 셈이다.

올라간다. 둘레길 이정표가 나타난다. 아래 안내판에는 없던 둘레길이다. 최근에 조성한 걸까? 우리는 정상으로 올라간다. 길이 정상을 향해서 수직으로 나 있다. 숨을 헐떡이며 올라 간다. 편백숲이 우리를 지나갔고, 곧 이어 잡목숲이 지나갔다.

이번엔 풀숲이 지나가고, 뒤이어 잡목숲이다. 길가에 난간 대신 줄을 쳐 놓았다. 줄을 잡고 올라가면 힘이 반감된다. 4명 밖에 안 되어 조촐한 산행이 되었다. 저 숲을 지나면 정상이 나타난다.

드디어 정상에 도달했다. 멀리 있는 오름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오름에 올라가면 주변 오름 이름 알아맞히는 재미가 있다. 관심을 가지고 오름을 많이 올라간 사람이 잘 알아맞힌다. 왼쪽부터 다랑쉬, 중간에 뚜렷한 게 돝, 오른쪽 멀리 있는 게 높은오름.... 우리는 다 같이 오름 이름을 합창한다.

옆에 오름 관망도가 있다. 우리가 합창한 게 맞나 확인해 보자며 하나씩 맞춰본다. 어라! 틀리네. 에이 아직도 우린 초보 오름가들인가 보다 하며 살짝 실망한다. 그런데, 이상하다. 돝오름이 왼쪽의 가까운 오름이어야 하는데, 관망도에선 저 멀리 있다. 게다가 높은오름 생김새도 이상하다. 검증 작업에 들어갔다. 지도를 정치하여 맞춰 본다. 우리가 익혔던 오름 생김새와 거리, 위치 등등을 총동원하였다.


오름관망도와 오름들이 일치하지 않는다. 오름의 배열은 맞으나, 사진이 오른쪽으로 더 틀어야 했다. 사진을 고르는 과정에서 오류가 있었을 것 같다. 결론은 우리가 맞았고, 둔지오름 관망도가 잘못되었음이다. 그러면 그렇지! 다시 우리는 의기양양해 한다.

둔지오름 정상 오름 관망도의 잘못은 이후 돝오름 정상에 있는 오름 관망도를 보고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잘못된 정보는 없는 것만 못하니 빠른 시간 안에 수정하기를 바란다.


정상에 올랐으니 이젠 내려간다. 둔지오름은 남서쪽으로 터진 말굽형 분화구를 가졌다. 활처럼 능선이 휘였다. 능선을 따라 걷다가 내려간다. 앞선 사람이 '아이구 이뻐라' 하며 탄성을 지른다. 길가에 까치수염 여러 송이가 활짝 피었다. '꽃을 피울 수 밖에 없어 미안시럽구만이라' 하며 쑥스러워하는 것 같다.
 
둔지오름 분화구 남서쪽으로 터진 말굽형 분화구의 경사면
둔지오름 분화구남서쪽으로 터진 말굽형 분화구의 경사면신병철
 분화구 모습은 잘 보이지 않는다. 남서쪽으로 크게 터져 버렸나 보다. 남은 능선의 경사가 급하다. 능선의 거의 반은 날아가 버렸다. 거의 다 내려갔다. 분화구 안으로 들어가는 길이 없다.

주변은 무덤들이 즐비하다. 오름 주변에 무덤이 많은 것은 어느 오름이나 마찬가지다. 입구 안내판에는 다양한 무덤이 많아 둔지오름을 '유택도시'라 부르기도 한단다. 돌아가신 분들을 위해 너무 넓은 땅을 할당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둔지오름에는 최근에 조성한 듯한 둘레길이 윗길, 아랫길 이렇게 두 개가 있다. 반대쪽으로 내려와서 아랫길로 돈다. 편백나무숲이 먼저 나왔다. 제법 어두컴컴하다. 삼나무인지 편백나무인지 초보는 헷갈린다. 잎을 보면 쉽게 알 수 있지만 숲에서는 잎이 잘 보이지 않는다. 줄기를 봐서 구분하면 상당한 수준이다. 

곧이어 잡목숲이 나오고 다시 편백숲이 나왔고 곧 우리는 출발했던 곳에 도달했다. 길가에 엉겅퀴가 피었다. 엉.겅.퀴 참으로 이상한 음절들의 조합이다. 세 개가 합해서는 너무나 좋은 이름이 되었다. 꽃을 본 김에 노래도 부른다. 엉겅퀴라는 노래.

엉겅퀴야, 엉겅퀴야, 철원 평야 엉겅퀴야
난리통에 서방 잃고 홀로 사는 엉겅퀴야
갈퀴손에 호미잡고 머리 위에 수건 쓰고
콩밭머리 주저앉아 부르느니 님의 이름
엉겅퀴야 엉겅퀴야 한탄강변 엉겅퀴야
나를 두고 어디 갔소 쑥국 소리 목이 메네

일절만 불렀더니 앞서가는 나그네가 더 부르란다. 2절은 잘 생각나지도 않은데, 더듬더듬 기억을 더덤어 불러본다. 시인 민영의 시에 곡을 붙인 중모리 장단 민요풍의 노래다. 서정적인 시인데도 민족의 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이 와 닿는다. 

이젠 돝오름으로 간다. 둔지오름에서 약 6km쯤 떨어져 있다. 포장도로에서 조금 들어갔더니 입구가 나타났다. 안내판이 여러 개가 있고 주차장도 잘 조성해 놓았다. 산 정상이 저렇게 길게 늘어져 있는 것은 분화구가 넓다는 뜻이다.
 
돝오름 안내판 글 문장이 너무 길고, 글 흐름도 이상하고, 오탈자도 있는 글
돝오름 안내판 글문장이 너무 길고, 글 흐름도 이상하고, 오탈자도 있는 글신병철
 
그런데, 안내판 글이 매끄럽지 않다. 한 문장이 너무 길다. 글 흐름도 부드럽지 않다. 오자, 탈자도 보인다. 꼭 들어가야 할 돝오름의 유래도 보이지 않는다. 표고는 표시했으나, 더 중요한 비고는 보이지 않는다. 같은 안내판이 오름 정상에도 있다. 쉽게 만들 수 있는 게 아닐텐데, 만든 지 그리 오래되지도 않은 듯 한데, 안타깝고도 안타깝도다.

옆에 있는 '오름' 안내판도 마찬가지다. 돝오름이 별로 유명하지도 않은데, '오름' 안내판은 왜 만들어 세웠을까? 구태여 세우려고 했으면 멋지게 세웠으면 좋았을 텐데. 역시 일단 문장이 길다. 오자가 너무 많다. 읽기에 매끄럽지도 않다. 

돌로 꾸민 올라가는 입구가 좋다. 곧 깔개로 잘 단장된 길이 나타난다. 아래에는 폐타이어 깔개가 남아 있다. 올라가면 섬유질 깔개로 단장하였다. 나무 높이가 상당하다. 잡목과 키큰나무들이 적당히 어울리고 있다.
 
돝오름 둔지오름에서 본 돝오름
돝오름둔지오름에서 본 돝오름신병철
 
'돝'은 돼지의 옛말이다. 생김이 돼지를 닮아서 돝오름이라 이름 붙이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해발 284m이고, 비고가 129m로 높이로는 중간 쯤 되는 오름이다. 1시간이면 충분히 올라갔다 내려올 수 있는 오름이다.
   
아래를 내려다 보니 거대한 숲이 나타났다. 돝오름은 비자림 뒤에 자리잡고 있어 올라가면 비자림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넓은 평지에 울창한 숲이 펼쳐져 있어 보기 좋다. 산 속이 아닌데도 저렇게 나무가 우거져 있으니, 육지에서는 볼 수 없는 광경이다. 
   
정상 바로 전에 둘레길 이정표가 나타났다. 분화구를 한바퀴 도는 길이다. 우리는 정상으로 올라간다. 돝오름은 분화구가 원형이다. 정상이라는 게 분화구 중에서 제일 높은 곳을 말한다. 정상에서 보는 주변 경관이 멋지다. 오름 관망도를 보고 오름들을 확인해 본다. 둔지오름 오름관망도가 잘못되었음을 다시 확인한다.
 
돝오름 분화구 나무가 적어 넓은 안이 다 보이는 돝오름 분화구
돝오름 분화구나무가 적어 넓은 안이 다 보이는 돝오름 분화구신병철
 
분화구를 한바퀴 돈다. 길이가 약 1000m쯤 된단다. 분화구 둘레길로서 최고의 길은 아부오름의 길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길이도 돝오름의 두 배쯤 된다. 돝오름 분화구 둘레길도 아늑하다. 소나무가 듬성듬성 나 있고 작은 길이 소롯이 우리들을 이끈다. 둘레길로만 치면 작은 아부오름이라 부르고 싶다.

정상 반대편에 도달하자 분화구 안이 보였다. 분화구 깊이는 45m로 깊은 편은 아니다. 반면에 제법 넓다. 분화구 안으로 들어가는 길을 찾지 못했다. 길이 없을까? 못 찾았을까? 분화구 안은 또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데, 하며 안타까워 한다. 조금 더 가니 올라왔던 길이 나타났고, 우리는 내려갔다.

둔지오름과 돝오름은 말굽형과 원형 분화구의 특색을 느낄 수 있는 오름들이다. 둥근 게 좋아요, 터진 게 좋아요? 오름 중간 중간에 꿀풀이 많이 피었다. 나름 이쁘다. 꿀 같이 달콤한 오름이었고, 꿀 같은 시간이었다. 

집안일로 참여 못한 두 부부가 저녁 식사는 함께 하겠단다. 가까운 신산리로 가서 고등어회와 한치회로 푸짐한 만찬을 나눴다. 이거, 금오름나그네가 아니라 금미식모임이 되어 버린 것 아닌가? 누군가의 푸념도 맛있었다.   
#둔지오름 #돝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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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서 살고 있습니다. 낚시도 하고 목공도 하고 오름도 올라가고 귤농사도 짓고 있습니다. 아참 닭도 수십마리 키우고 있습니다. 사실은 지들이 함께 살고 있습니다. 개도 두마리 함께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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