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의 말들배려의 안내서 '배려의 말들'이 출간되었다
유유출판사
류승연 작가는 발달장애인 아들과 비장애인 딸을 키우는 엄마이다. 한 때 국회를 출입하는 열혈기자로 왕성하게 일하다 지금은 '작가' 로 활동 중이다. 발달장애인 아들을 키우며 느낀 점을 담은 책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 형이라는 말>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결코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이야기한 책 <다르지만 다르지 않습니다>를 냈다. 그 외에도 장애 인권과 관련한 강연을 다니는 등, 활발히 활동 중이다.
장애는 가진 게 아니라 그냥 있는 것
류승연 작가는 <배려의 말들>을 통해 내가 그간 고민했던 '말'을 이야기한다. 저자도 처음엔 용어 사용에 민감하지 못했음을 고백하며 과거에 겪었던 일화를 소개한다.
저자가 어느 강연장에서 장애를 '가진' 아들 육아에 대해 열정적으로 강연했는데, 어떤 분이 다가와 "장애는 가진 게 아니에요. 그냥 있는 거예요. 있는 자체로 그 존재를 인정하는 거예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류 작가는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장애는 '앓는 것'도 아니고 '극복하는 것'도 아닌, 그냥 있는 그대로 살아가는 것이다. 혹시 '장애를 극복한'이라는 표현이 담긴 기사 제목을 보고 고개를 끄덕인 적이 있지 않은가. 혹은 "선천적 장애인은 의지가 약하다"는 어느 정치인의 말에 동의하진 않았나. 깊이 고민하지 않고 무심결에 내뱉은 말과 글이, 누군가에겐 불편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가끔 척수장애인분들과 식사를 하거나 회의할 일이 있다. 누군가와 약속을 정하면 보통은 사전에 상대의 음식 취향을 물어보는 것이 '배려'이자 예의이다. 그런데 장애인분들과 함께 식사를 할 때는 한 가지 더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다. 휠체어를 타는 경우라면, 식당 예약할 때 휠체어 출입이 가능한지 미리 알아보거나 사전 답사를 해야 한다.
식사 장소에 도착했는데 정작 휠체어가 식당에 출입할 수 없는 계단식 입구라면 어떤 대안을 생각할 수 있을까. 나도 몇 번의 그런 실수를 경험하고 꼭 사전에 휠체어 출입이 가능한지 체크하는 습관을 갖게 되었다.
우리 사회에선 여전히 장애인을 배제하는 일이 많다. 장애인 노동자는 직장 내 회식이나 모임 등에서 배제 당한다. 회의 장소나 회식 장소에 장애인 화장실이 없으면 장애인은 큰 불편을 겪는다. 그런 기본적인 부분을 생각하지 않으면, 나도 모르게 '선량한 차별주의자'가 될 수 있다.
"진정으로 배려하려는 의도가 있었다면, 휠체어가 드나들 수 있도록 문턱이나 계단이 없으면서 장애인 화장실이 있는 회식 장소를 물색했어야 한다. 메뉴보다 통행로를 먼저 고려했어야한다." 129p
배려가 오가는 사회를 만들자
배려는 타인에게 행하는 것이지만, 나 자신을 배려하지 않고 타인을 향한 배려에만 몰두한다면 공허해질 것이다. 류승연 작가는 나와 타인을 동시에 배려하는 사회를 만들자고 이 책에서 제안한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성소수자, 여성인권 등등 모두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누구나 살만한 세상이 될 거라고 강조한다.
'인권'을 생각하는 건 어쩌면 불편할 수 있다. 항상 마음 편히 얘기하지 못하고 자기 검열을 해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인권 감수성을 갖기 위해 꾸준히 갈고 닦으며 노력한다면, 어느 순간 자신의 언행에 '배려'가 자연스레 녹아들 것이다.
배려의 말들 - 마음을 꼭 알맞게 쓰는 법
류승연 (지은이),
유유,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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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앓던' 장애를 '극복한'...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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