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가 3월 26일 관보에 공개한 '2020년 정기 재산변동 사항'에 따르면 부동산 정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고위 공직자 중 강남 부동산 소유자는 7명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강남에 부동산을 갖고 있지 않아 제외했다.
이주연
이들 7명은 모두 강남에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정책에 큰 영향을 미치는 고위 공직자에 임명된 후 어느 정도 시세 차익이 생겼는지 부동산 포털 사이트 '부동산 뱅크'와 'KB부동산' 등을 통해 알아봤습니다.
김상조 정책실장이 임명된 2019년 6월 기준 청담동 한신오페라하우스 2차는 평균 15억 2500만 원에 매매됐습니다. 6월 25일 기준 매매 시세 평균은 18억 6250만 원입니다. 1년 만에 2억 4000만 원가량이 올랐습니다. 윤성원 국토교통비서관이 보유한 경남논현아파트의 경우, 임명될 당시인 2018년 9월 7억 6500만 원~8억 1500만원에서 거래가 이뤄졌습니다. 현재 매매 시세는 9억 2000만 원~ 10억 2000만 원 선입니다. 역시 2억 원가량 오른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박선호 국토교통부 제1차관이 보유한 서초동 현대 ESA 2차 아파트는 임명 당시 매매 평균가가 12억 원(2018년 12월 기준)이었는데 현재는 14억 2500만 원입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이 보유한 서초래미안 아파트의 경우 그가 임명된 2019년 8월 17억 7500만원에 평균 거래가가 형성됐지만, 현재는 평균 19억 7500만 원에 매매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차관보의 삼성동 진흥아파트는 임명될 당시인 2019년 1월, 15억 원이 매매 평균가였는데요, 현재 매매 평균가는 19억 5000만 원입니다. 무려 4억 5000만 원가량 상승했습니다.
2019년 9월 취임한 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의 잠원동 현대아파트는 취임 당시 매매 평균가가 15억 7500만 원이었는데 현재는 17억 250만 원입니다.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이 보유한 반포동 한신서래아파트도 임명 당시 18억 5000만 원(2019년 5월)에서 현재는 20억 5000만 원으로 매매 평균가가 형성돼있습니다.
고위 공직자에 임명 또는 취임된 당시와 비교했을 때 현재 시세가 적게는 2억 원에서 많게는 4억 5000만 원까지 오른 것입니다. 문재인 정부 임기 내에 강남 집 값이 상당히 올랐음을 보여주는 징표이기도 합니다.
국민 설득하려면 솔선수범이 먼저
지난 해 12월 16일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청와대 다주택자 참모진은 6개월 이내에 한 채만 남기고 주택을 모두 처분하라"고 권고했습니다. 이틀 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청와대 뿐 아니라 정부 고위 공직자도 다주택자라면 집을 처분해야 한다"라며 "청와대의 권고에 정부 부처도 호응하는 것이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길"이라고 했습니다. 고위 공직자로서 솔선수범을 강조한 것입니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나도록 이와 같은 행동은 잘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26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청와대 다주택자 참모들이 집을 팔지 않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집을 팔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고 했습니다. "청와대 참모들조차 비서실장의 명시적 권고를 따르지 않는다는 것은 집을 갖고 있어야 이득이 된다는 걸 역으로 보여주는 거 아니냐"는 지적에도 역시 "충분히 공감한다"고 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그동안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세금을 더 부과하거나 대출을 제한했으며, 재건축 초과이익을 환수하거나 정비사업을 규제하는 등 강남 4구를 겨냥해 모두 22차례의 부동산 대책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최근 발표된 6.17 부동산 대책에서 서울 강남구 청담·삼성·대치동, 송파구 잠실동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은 것만 봐도 그러합니다. '강남'은 정부 부동산 대책의 신뢰를 좌우하는 상징적 지역입니다.
<오마이뉴스>가 부동산 정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고위 공직자 중 강남에 부동산을 갖고 있는 7명에게 솔선수범을 권고하는 것 역시 그래서입니다. 시세 차익 기부 약속은 그 방법 중 하나라고 판단합니다.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겠다는 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기 바랍니다.
"부동산 시장의 안정, 실수요자 보호, 투기 억제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확고합니다.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을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 2020년 신년사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