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폭력의 피해자들에게는 기댈곳이 없다.
무툰 완결작 <소년이여> 갈무리
<소년이여>는 형 용진이 동생 용주를 괴롭힌 일진들에게 복수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어찌보면 <독고>(글 민·그림 백두) 시리즈처럼 싸움을 잘하는 가족이 대신 앙갚음을 해주는 학원활극물같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상당히 다르다. 독고 시리즈가 학원활극에 초점을 맞췄다면 해당 작품은 학원폭력의 심각성이나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고통에 초점을 맞췄다.
민철 등 일진 무리들은 영악하기 그지없다. 지독할 정도로 힘없는 급우들을 괴롭히면서도 선생님 등 어른 앞에서는 눈치 빠르게 행동하며, 설사 행동이 걸렸다 해도 "철없는 청소년이 한 짓을 용서해주세요"라는 등 이용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이용한다. 어른들 눈에는 생각보다 덜 심각하게 보일 수 있는 이유다.
동생 용주와 달리 형 용진은 어린 시절부터 싸움을 무척 잘했다. 거기에 무술까지 익혔다. 그러나 약한 급우를 괴롭히는 스타일과는 거리가 멀었으며 외려 그런 자들을 혐오한다. 용진이 본격적으로 복수에 나서자 이를 수상하게 여긴 경호업체 사장(용진이 일하는 곳)은 적극적으로 상황을 말린다.
"자네 심정은 충분히 이해하겠지만 저들을 상대로 폭력을 행사하면 똑같아질 뿐이다, 언젠가는 지금의 실수를 깨닫고 다른 사람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라고. 경호업체 사장의 눈에 일진들은 조금 빗나간 청소년으로 보일 뿐이었다. 그런 사장에게 용진은 깊은 마음의 외침을 토한다.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는 피해자들이 있는데, 왜 우리는 항상 가해자들을 이해하려고만 합니까!"
어찌보면 경호업체 사장 또한 자신의 일이 아니기에 그렇게 객관적일 수 있다. 이를 입증하듯 자신의 아들이 학원폭력에 연루되고 일진들에게 납치되자 미친 듯이 분노하며 직접 폭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타인의 일일 때는 아이들간 치기어린 행동으로 비칠 수 있어도 나와 내 가족의 일이 되면 심각성이 달리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일진 우두머리 민철은 수많은 악행을 저지르면서도 '양심의 가책(?)'같은 것은 없었을까? 그러한 부분을 민철은 스스로의 합리화로 상쇄시켜 버린다. 민철은 가정 폭력의 희생자였다. 그는 어릴 때부터 여동생과 함께 아버지에게 두들겨 맞으면서 컸고 자신이 그렇게 된 것은 모두 아버지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후 아버지까지 폭행하는 민철에게 여동생이 말한다.
"가정 폭력의 트라우마? 어쩔 수 없는 성장 환경? 쓸데없는 자기 합리화라는 것 알아? 나도 같이 맞았지만 난 그러지 않아. 아버지처럼 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다고. 너는 그냥 나쁜 놈이야. 세상을 탓하며 너의 폭력을 정당화 시키지 마."
작품 속 가해자들의 말도 아픈 현실을 더욱 와닿게 한다. 피해자들은 참고 또 참다 졸업을 하게 되면 서로의 상황이 바뀔 것이라고 자기 위안을 한다. 민철을 비롯한 일진 패거리들은 선배들을 예로 들며 피해 학생들의 가슴에 또다시 대못을 박는다.
"지금 이 순간만 넘기면 결국 최후의 승리자는 너희가 될 것 같지? 우리는 오토바이 배달이나 하고 너희는 보란 듯이 잘 살아가고… 천만에 세상은 원래 당당한 놈들이 더 잘 풀려. 잔뜩 움츠리고 기죽어서 갑자기 인생역전이 될 것 같아?"
학교 폭력의 피해자들은 졸업 후에도 트라우마로 소심한 인생을 사는 경우가 상당수다. 반면 가해자들은 당시의 일을 한때의 철없는 행동이나 추억거리 정도로 생각한다. 학창 시절부터 누리고 당당하게 살아왔기에 그런 자신감을 바탕으로 다른 일도 잘하기 일쑤다. 그런 상황에서 피해자들은 가해자는 기억도 못하는 일을 떠올리며 애써 가해자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간혹 가해자들이 선심 쓰듯 피해자들을 향해 "미안해"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눈빛과 태도에서 반성을 찾아보기 쉽지 않다. 당시를 기억하는 표정에서는 자랑스러운 빛이 가득하다. 이유야 어쨌든 상대를 누르고 대접받고 지내왔기 때문이다. 작품 속 용진은 일진을 겪으면 겪을수록 그러한 면을 뼈저리게 느끼며 통한의 한숨을 멈추지 못한다.
물론 <소년이여>가 학원폭력의 현실을 모두 대변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소 과장된 부분도 있고, 놓친 부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학원 폭력 피해자들의 심정과 주변 상황을 심도 깊게 다뤘다는 부분만으로도 충분히 주목할 만한 작품인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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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디지털김제시대 취재기자 / 전) 데일리안, 전) 홀로스, 전) 올레 , 전) 이코노비 객원기자 / 농구카툰 크블매니아, 야구카툰 야매카툰 스토리 / 점프볼 '김종수의 농구人터뷰', 농구카툰 'JB 농구툰, '농구상회' 연재중 / 점프볼 객원기자 / 시사저널 스포츠칼럼니스트 / 직업: 인쇄디자인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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