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를 위한 축복기도를 했다는 이유로 교단 법정에 서게 된 영광제일교회 이동환 목사.
지유석
한 목회자가 성소수자를 축복했다는 이유로 교단 재판에 회부됐다. 주인공은 기독교대한감리회(이하 기단) 교단 소속으로 경기도 수원 영광제일교회를 담임하는 이동환 목사다.
최근 몇 년 사이 보수 개신교 교단이 성소수자에 연대한 목회자나 신학생에게 불이익을 주는 일들이 심심찮게 불거졌다. 2017년 국내 최대 보수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합동) 등 8개 교단은 섬돌 향린교회 임보라 목사의 이단성을 지적했다. (관련기사:
보수 교단이 '이단 지정'한 목사, "차라리 잘 됐다" http://omn.kr/1en3n)
이어 또 다른 장로교단인 예장통합 교단에 속한 장신대는 2018년 신학대학원 학생들이 지난 5월 17일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을 맞아 성소수자에 대한 연대의미로 무지개색으로 옷을 맞춰 입고 예배에 참석했다는 이유로 이 학생들에게 정학·근신 등의 징계를 가했다. (관련 기사:
동성애자가 죄? 성경 입맛대로 해석한 인간이 문제 http://omn.kr/1jbm6)
하지만 성소수자 축복을 이유로 교단 목회자가 교단 법정에 서는 경우는 사상 처음이다.
발단은 2019년 8월 인천퀴어문화축제였다. 이 목사는 축제에 참석해 임보라 목사, 대한성공회 김돈희 신부와 함께 성소수자 신앙인을 위해 축복기도를 했다. 이러자 이 목사가 속한 기독교대한감리회(이하 기감) 소속 '충청연회 동성애대책위원회'와 '인천 건강한 사회를 위한 목회자 모임'은 이 목사를 관할 연회인 경기연회에 고발했다.
경기연회는 2019년 11월 자격심사위원회를 열고 이 목사에게 유사 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각서와 '동성애에 대한 신학적·성경적 입장'을 정리한 리포트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이 목사는 리포트는 제출했지만 각서는 거부했다. 대신 '각서에 대신하여'란 제하의 문건을 자격심사위에 보냈다. 이 목사는 이 문건에서 이렇게 적었다.
"나는 여전히 성소수자를 포함한 이 땅의 사회적 약자들을 향한 교회 안팎의 목회 사역, 선교 사역이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사명이며, 예수님께서 이 땅에 인간의 모습으로 오셔서 행하신 영육혼 전인적 구원의 길을 따르는 것이라 믿는다.
이런 목회 신념을 가지고 있는 나에게 있어 다시는 그런 사역을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는 것은 아마도 거짓으로 작성하는 것이 될 것이고, 이는 하나님께도 그리고 이 일을 위해 애써 주시는 심사위원 목사님들께도 정의롭지 못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뉴스앤조이 6월 17일자 보도 재인용)
그러나 자격심사위는 이 목사의 주장을 수용하지 않았다. 자격심사위는 4월 이 목사에게 '동성애를 찬성하거나 동조하는 자세에서 돌아서지 않으면 경기연회 심사위원회에 고발할 것'이란 내용의 내용증명을 보냈다. 이 목사는 '동성애에 대한 찬성 혹은 반대 입장을 표현한 바가 없다'고 답했다. 이어 지난 10일 경기연회 심사위원회 출석해 자신의 입장을 소명했다.
그럼에도 심사위는 17일 이 목사를 교단법인 '교리와장정' 위반으로 기소했다. 기소 근거는 '마약법 위반, 도박 및 동성애를 찬성하거나 동조하는 행위를 했을 때' 정직·면직·출교 등의 처벌을 가할 수 있도록 규정한 3조 8항이었다.(정직은 목사직무 정지, 면직은 목사직 박탈, 출교는 교회로부터의 추방을 의미한다)
동성애 배척을 규정한 조항은 2015년 기감 교단 총회 입법위회가 마련한 것인데, 이 목사가 첫 적용사례가 된 것이다.
동성애 찬성이 마약·도박과 같은 중범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