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의 바라나시갠지스 강이 불어 가트가 모두 물에 잠겨 있었다.
이원재
바라나시에 머무는 일주일 중 사흘을 앓아누웠다. 설사병을 동반한 물갈이로 숙소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또, 잠을 잘 때는 마치 빈대에 물린 것과 같은 환각에 시달렸다. 인도에 오면 한 번쯤은 겪는 증상이고, 외려 여행 초반에 배앓이를 하는 게 감사하기도 했지만 밖에 나가는 게 꺼려졌다. 지금 나가면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끼니를 해결하는 일만큼 어려운 게 없었고, 차라리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여행을 시작한 지 2주, 앞으로 남은 두 달간의 여정은 부담으로 돌아왔다. 언제 라다크까지 갈 것이며, 언제 또 파키스탄 훈자까지 가겠는가. 그대로 현지 설사약을 먹고 나니 셋째 날부터는 퍽 괜찮아졌다. 현지에서 걸린 병은 현지 약으로 낫는다는 말이 과연 사실인 모양이다. 덕분에 현지인들만 가는 로컬 식당은 못 가더라도 한국 음식을 먹거나 그나마 깔끔해 보이는 식당 정도는 갈 수 있게 되었다.
물갈이에서 벗어나니 이제야 바라나시가 눈에 들어왔다. 힌두교의 성지이면서 여행자들의 성지. 인도에선 가장 성스럽고 보수적인 도시이지만, 여행자들에겐 가장 자유분방한 이미지로 다가오는 이곳. 언제 어디서 만나자는 약속 없이 가트라고 불리는 강가 옆 돌계단에 삼삼오오 모여앉아 담소를 나누거나 하염없이 멍을 때리고 밀크티를 마시던 풍경.
하지만 그런 공동체적 이상향을 지향하던 바라나시는 한여름엔 존재하지 않았다. 강물이 불어 가트는 이미 잠겨버린 지 오래. 겨울만큼이나 사람도 없고, 사람들이 쉽게 모일만한 공간도 없는 8월의 바라나시에선 사람들을 직접 찾아 나서야 했다.
"혹시 한국분이시면..." 누군가 말을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