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심사 이미지
픽사베이
도착하기만 하면 모든 것이 나아질 줄 알았지만 난민 지위를 얻기까지의 험난한 과정이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출입국 사무소에서는 단 몇 가지 질문을 통해 제가 난민 지위 심사를 받을 만한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 판단하려 했습니다. 4시간이 넘게 진행된 2차 인터뷰에서 면접관은 '언제 어떤 방식으로 남자와 첫 성관계를 가졌는지?' 등과 같이 무례한 질문들을 아무렇지 않게 하고 답변을 재촉했습니다.
첫 번째 심사에서 난민 지위를 인정받지 못한 저는 본국으로 돌아가야 될까 봐 하루하루를 불안함에 떨면서 살아야 했습니다.
하지만 난민 지위 신청 과정에서 알게 된 한 친절한 법무부 직원을 통해 저와 같은 성소수자 난민을 지원하는 다양한 시민사회 단체와 공익변호사 단체가 있다고 알게 됐습니다.
그분들과의 소중한 만남으로 여러 가지 도움을 받을 수 있었고 저는 난민 지위 획득이라는 꿈을 다시 한번 품을 수 있게 됐습니다.
한국에 온 지 아주 오래되진 않았지만 보수적인 성향이 짙은 사람이 많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이때까지 트랜스젠더로서 한국에서 살면서 큰 차별을 경험해 본 적은 없습니다.
여기 사람들은 좀 더 열린 사고를 하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도 친절하고 사려 깊은 편이라서 마음에 듭니다. 안정적이고 평화로운 삶을 살 수 있겠다는 희망을 본 후 한국에서 계속 살고 싶은 저의 마음은 더욱더 간절해졌습니다.
저는 많은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제 모습 있는 그대로 평화롭게 살 수 있다면, 스트레스 받지 않으면서 소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진다면 그것으로 저는 정말 충분합니다.
지금 현재는 한국어도 아직 서툴고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일자리를 구하기 매우 어렵지만 이 또한 다 지나가리라 믿습니다. 이후에 적당한 일자리를 찾아 열심히 일하는 저의 모습 그리고 조금 더 안정적인 생활을 위해 한국어를 공부하는 행복한 상상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한국에서 계속 살 수 있게 다방면으로 도움을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 한 분 한 분을 만난 것은 저에게 큰 행운이자 축복이었습니다.
아직 난민 지위를 얻지는 못했지만 많은 분이 저에게 도움을 주시고 저를 위해 기도해주시고 계신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곧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 믿고 싶습니다. 한국에는 저 말고도 많은 소수자 난민들이 사회에서 소외된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따뜻한 손길을 먼저 내밀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