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화재 피해자 유가족들이 5월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이희훈
"누가 우리 아빠를 죽인 거죠?"
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화재 유가족 32명을 대리하면서 들은 말 중 가장 잊히지 않는 말이다.
지난 4월 29일 오후 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화재가 발생했다. 사망자는 이내 4명에서 38명이 됐다. 2008년 4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던 이천 냉동물류창고 화재가 떠올랐다. 사고 이후 1달 반이 흘렀고 발주처의 1인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될 것이라는 내용이 포함된 중간 발표가 난 지금도 발주처는 도의적인 책임만을 이야기하고 있다.
많은 중대 재해의 경우 진짜 책임자와 직접적인 책임자는 다르다. 이천 화재 책임자는 누가 될까? 유가족들은 진상규명을 바란다. 하지만 유가족들이 바라는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지휘 감독 하에 일하던 근로자가 누구인가가 아니다. 유가족들은 화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권한 있는 사람, 결국 그 이익을 가져갈 사람이 책임지길 바란다.
책임지는 사람은 누구인가
어떤 사건 사고가 발생하면 보통 ① 진상규명 ② 책임자 처벌 ③ 진심어린 사과 ④ 적절한 배보상 ⑤ 재발방지까지 총 다섯 가지다. 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화재도 마찬가지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논의는 이 중 책임자 처벌과 관련한 법률처럼 보인다. 하지만 책임자 처벌은 진상규명이 있어야만 가능하고, 책임자가 적절한 배·보상의 주체가 되고, 이 모든 일련의 요구들은 결국 재발 방지에 기여하게 된다는 점에서 위 다섯 가지 요구는 별개의 요구가 아니다.
그럼에도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논의는 지극히 협소한 범위에서만 논의돼왔다. 입법을 위해 하나의 지점으로 힘을 모으려는 노력의 결과였으리라 생각하지만, 그 실효성을 생각하면 아쉬움이 남는다.
"사람이 죽으면 회사가 손해를 봐야 알아서 조심하겠죠." (한익스프레스 화재 유가족)
법적으로 이 '사람'에는 자연인뿐만 아니라 법인도 포함된다. 법으로 대표이사의 책임, 이사회의 책임, 도급인의 책임, 발주처의 책임을 규정하려는 이유는 진짜 권한 있는 사람, 책임 있는 사람을 처벌해야 그 사람들이 자신의 권한을 재해의 예방에 쓸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책임과 위험은 아래로, 아래로, 밖으로, 밖으로 내려가서 결국 사라져 버리거나 애꿎은 사람만 잡게 된다. 이제는 일반명사가 된 말, '위험의 외주화'다.
이 지점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필요하다. 다만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서는 법인을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를 좀 더 고민할 필요가 있다.
기업의 목적은 이윤 추구이다. 이미 수도 없이 이야기된 매출 대비 혹은 이익 대비 과태료나 과징금 부과, 재해자들에게 발생한 손해의 3~10배까지 책임을 지게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 등이 유용할 수 있다. 법인에도 자연인의 전과 기록 같은 기록을 남겨서 불이익을 가중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
다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