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30일 새벽 거창의 한 도로에서 발생한 남성에 의한 여성 폭력사건에 대해, 경남여성단체연합 등 단체들은 6월 16일 오후 창원지방법원 앞에서 "여성 대상 폭력 가해자 즉각 구속하라"고 촉구했다.
윤성효
이경옥 창원여성살림공동체 대표는 "여성혐오 범죄는 '묻지마 범죄'가 아니다. 그야말로 사회의 불만, 경제적 문제, 구조적 문제, 개인적 문제가 혼합되어 반사회적 범죄로서 아무에게나 남녀노소를 묻지 않고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묻지마, 우발성은 항시 여성들만 겨냥하느냐. 굳이 여성들만 골라서 살해하고 폭행을 저지르는 그 폭력성이야말로 무의식에까지 뿌리 내린 성차별적 인식과 여성혐오가 작동하는 방식이다"고 덧붙였다.
이경옥 대표는 "이번 거창 여성폭행 사건에도 초동수사 때 가해자의 말만 듣고 풀어줬다고 하는데 가해자가 있는 상황에서, 피해자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부실수사를 했다는 것""이라며 "경찰이 남성의 말을 대등하게 들으면서 피해자 여성의 말은 듣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했다.
또 그는 "'묻지마 폭행'이 아니라 '여성혐오 폭행'이라고 명명해야 된다. 이런 사건들이 일어나면 범죄의 원인을 파악해서 제도와 정책을 통해 범죄를 줄여야 된다"며 "묻지마 폭행과 여성혐오 폭행은 엄연히 다른 원인이다. 먼저 원인부터 제대로 파악해서 여성혐오 범죄를 줄여나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경남여성단체연합 등 단체들은 회견문을 통해 "경남에서 진주 여성혐오 방화 및 살인사건, 디지털 성착취 범죄 공모사건, 창원 식당 여주인 스토킹 살해하건 등 여성비하, 여성혐오 강력사건이 계속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거창 대로변 여성폭력사건에 대한 경찰의 허술한 초동대응과 법원의 가해자 구속영장 기각은 여성 피해자의 생명권을 무시한 처사에 여성들의 가슴은 또 다시 무너졌다"고 했다.
여성단체들은 "국민 안전을 담보하는 최일선의 경찰과 사법당국은 더 이상 존재의 이유와 목적을 망각하지 말라", "무책임하고 안일한 대응으로 더 이상 여성폭력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의 가슴을 무너지게 하지 마라"고 촉구했다.
또 이들은 "여성들은 더 이상 여성이라는 이유로 폭력을 당하거나 죽임을 당하는 세상에 살고 싶지 않다", "여성이 죽거나, 죽을 만큼 피해를 입는 상황을 묵과한 무능한 경찰과 사법당국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했다.
경찰, 피해 여성이 처음에 '남성이 범인인지 모르겠다'고 진술
경찰은 가해 남성에 대해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하기로 했다. 경찰에 따르면, 당시 가해 남성은 전화통화를 하면서 걸어가는 피해여성이 자신에게 욕설을 한 것으로 오인해 여성을 넘어뜨린 후 얼굴을 폭행하여 6주 상해를 가한 것이다.
검거 경위에 대해, 경찰은 신고자가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던 중 여성이 쓰러져 있는 것을 보고 112에 신고했다. 당시 남성은 길을 가던 중이라며 혐의를 부인했고 여성은 술에 취한 상태여서 누구에게 폭행을 당했는지 모르겠다고 진술했으며, 신고자는 폭행장면을 보지 못했다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이에 경찰은 남성의 인적사항을 확인했다. 경찰은 지구대에 남성을 출석토록 했고, 재차 범행을 부인했으며, 여성은 남성이 범인인지 모르겠다고 진술해 귀가 조치했다고 밝혔다.
이후 경찰은 주변 CC-TV 분석을 통해 남성을 용의자로 특정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했다. 이 남성은 당시 상황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범행 부인했다. 경찰은 이 남성이 3차 조사 때 범행을 시인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법원이 남성에 대해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가 없고 피의자가 반성하고 뉘우치고 있다"고 해서 영장 기각한 것이라며 재청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