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1학년·중학교 2학년·초등학교 3∼4학년을 대상으로 한 3차 등교개학일인 3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별양동 과천고등학교 1학년 교실에서 학생들이 창문을 열고 수업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 대안학교의 근무경험에 비추어 코로나 시대의 학교에 던지는 메시지는?
류샘 "대안학교에서는 어떤 사건이 일어나면 기숙사에서 밤새 이야기하고 그러면서 온갖 상황들이 벌어집니다. 그러다가 결국 약자를 이해하고 소외받는 사람의 상황을 이해하면서 변화시킬 힘을 만들어 냅니다. 그런데 소외받는 학생들은 온라인에서도 나타납니다. 소외받는 아이들은 계속 소외받고 아예 차단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는 학생들이 써놓은 댓글들을 유심히 살핍니다. 학교에도 대나무숲과 같은, 약자들의 이야기를 쏟아내는 곳이 필요하고 대자보를 붙일 수 있는 곳도 필요합니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조금 더 깊이 바라보고 개인의 철학적인 구조들을 세밀하게 만져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합니다. 그러면 논의를 더 풍부하게 만들 수 있고 해결 가능한 선을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오샘 "요즘 좀 우울했는데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왜 그런지 알 것 같습니다. 아이들과의 소통이 힘들어진 학교의 현실, 특히 대안학교로서의 정체성을 지켜나가지 못하는 온라인 수업 상황과 그런 고민을 나눌 기회가 없었던 점이 나를 우울하게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백샘 "교과연구모임을 하면서 열정적인 교사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처음에는 학생들을 잘 가르치기 위해 시작했는데, 점점 세월이 가면서 교과연구가 고차원적인 분야로 확장되어 갔습니다. 교과 내의 깊이 있는 탁월함, 최신 수업 기법 등을 연구했습니다. 교과에 대한 가치를 어떻게 높이고 수업을 어떻게 잘 할 것인가가 교사의 주관심사이니 당연합니다. 그런데 대안학교에서 근무하며 느낀 것은 교과에 대한 가치도 중요하지만, 교사라는 인간으로서의 자기 자신에 대한 가치를 인식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려운 교과를 쉽게 소화해서 전달하는 것만이 아니라, 학생들이 자신을 알게 하고 삶에 대한 고민을 하게 해주고 함께 얘기 나누는 어른이 돼야 했습니다. 일반학교교사와 대안학교 교사의 차이는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어떤 교사가 되어야 하는가 하는 것도 교육의 본질에서 중요한 주제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진샘 "아이들이 교과 성적이 아니라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감수성과 자신의 가치를 소중하다고 알려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이가 보는 세상을 열어주고, 사회를 볼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있는 그대로 자신이 가진 감수성과 생각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는 걸 교사가 깨워 준다면 그 자체가 귀한 교육활동입니다."
하샘 "탁월함이라는 말이 있는데 우수한 성적을 받고 지식의 저장과 재생이 우수하다는 것이 탁월함을 뜻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모두 탁월해 지고 싶은 욕구가 있습니다. 더 나은 내가 되고 싶고 세상을 더 잘 알고 싶은 마음 일 것입니다.
단순히 성적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것으로 탁월성을 높이는 것은 반대하지만 그 교과를 통해 새로운 나를 만들어가고 세상을 새롭게 보는 것으로서 탁월성은 교사가 추구해야 합니다. 미지의 세계를 여행하듯 배움에 도전하면서 자기 존재의 가치를 느낀다든지,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창을 갖게 되는 특별한 경험을 교사들이 함께 해야 합니다."
진샘 "내신 성적, 등급내는 시스템이 너무 큰 의미로 돌아간다는 게 문제입니다. 아이들이 학업성적으로 인해 수치심을 내면화하게 됩니다. 알다시피 '해로운 수치심'은 개인의 분노, 불안, 잘못된 욕망, 정서적 갈등의 뿌리가 됩니다. 학교의 존재 이유가 '내신성적 산출'이 되어서는 안되는 중요한 이유입니다. 선발자들에게 유리한 성적 산출 시스템이 아이들에게 수치심을 심어 준다면 이는 비교육적인 행태를 학교가 스스로 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하샘 "결국 대학입시가 성과로 연결되기 때문에 아이들은 좋은 성적이 안 나오면 성과가 없다고 생각하고 수치심을 느낍니다. 정답을 잘 맞추는 아이들과 비교하면 자신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고 수치심을 내면화해서 정답만을 쫓게 됩니다. 이미 초등학생들도 부모님을 위해 문제집 뒷면의 답지를 몰래 보고 답을 체크하는 상황도 있습니다."
진샘 "그것을 극복하자고 한 것이 교과세특(교과별 세부특기사항)이었습니다. 대안학교에서 학생의 발달에 대해 서술하여 그것으로 성적표를 대신했던 것인데, 일반학교에 도입되면서 교묘하게 이마저도 입시와 연결되어버린 것이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왜 모든 고등학교는 대학을 위해 이런 불합리한 일을 계속 해야 하나요? 대학선발은 그 대학에서 알아서 하면 안될까요? 전국의 학생들에게 똑같은 것을 가르치고 같은 날, 같은 시간, 같은 시험을 쳐서 그 성적으로 줄세워서 학생을 선발하는 것은 결국 누구를 위한 걸까요? 왜 대한민국의 초중고등학교가 대학입시를 위한 과정으로 전략됐는지, 한번씩 생각하면 참 안타깝습니다."
백샘 "아이들은 스펙트럼이 다양합니다. 돌봄이 필요한 아이, 스펙이 필요한 아이, 대학과정을 익히고 싶은 지적욕구가 강한 아이 등. 문제는 그 중 한 분야에만 집중하는 교사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성적 올리는 것이 최고의 가치니 다른 것은 생각하지 말라고 하거나, 상위권 아이들을 위한 문제를 풀어주면서 만족하는 교사들도 있습니다.
교사라면 다양한 아이들을 다 봐줘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제일 중요한 것은 교과에 대한 지식전달 이전에 어른으로서의 존재감이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없다면 나중에는 허탈해집니다. 아이들이 교사를 자신의 필요에 따라 이용만 하고 끝나는 느낌마저 들수 있습니다. 대안학교에서 만났던 아이들 중 졸업 후 만나면 내가 교과를 잘 가르쳤다는 얘기보다 나로 인해 삶의 가치가 바뀌었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그런 일을 겪으며 지식전달만으로는 교육을 정의할 수 없다는 걸 확신하게 됩니다."
코로나19로 계기로 학교 수업을 되돌아보았더니
하샘 "국어로 치면 "이 시에 쓰인 비유법이 무엇이냐?"이건 정답이 있습니다. 맞고 틀리고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시를 내 삶의 경험을 가지고 설명하면?" 이것은 전혀 다른 질문이 됩니다. 후자의 질문은 탐구하는 질문입니다. 이러면 평등해집니다.
정답을 찾으려는 질문은 이미 맞춘 아이와 못 맞춘 아이가 생기고 경쟁과 낙오를 맛보는 아이가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후자의 질문은 모두가 평등한 탐구 질문이 됩니다. 이렇게 탐구하는 배움으로 가지 않으면 코로나 이후의 교육은 어렵습니다. 하나의 정답만 추구하는 질문만 가지고는 아이들을 만나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EBS나 '일타' 선생님들이 온라인상에서 이미 다 점령을 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 이후의 교육은 질문부터 달라져야 합니다.
어른들이 다르게 질문할 수 있다면 그 다음으로는 아이들이 어떻게 배우는가를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대화하며 협력하며 배우는지,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지 등 아이들을 살펴야 깊은 배움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배움은 온라인에서 어렵습니다. 쌍방향 온라인 수업에 도전하며 이를 실천하는 분들이 계시긴 하지만 여전히 현장에서는 강의식 온라인 수업이 흔합니다.
온라인 플랫폼에 올려만 놓으면 가르친 것이 됩니다. 이전에는 아이들이 배우는지 안 배우는지 눈으로 볼 수나 있었지만 온라인에서는 그마저도 확인이 어렵습니다. 이처럼 새로운 배움이 가능하려면 입시와 평가를 다시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이제 어른들은 다르게 질문하고 다른 배움을 추구해야 하며 새로운 입시와 평가를 마련해야 합니다. 이에 덧붙여, 현재 온라인 교육이 어떤 식으로든 학교에 정착되면, 서로 대면하기 힘들고 가상현실이 훨씬 익숙한 아이들에게서 어떻게 내면의 야성을 끌어내고 성장을 북돋울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합니다. 대안학교의 다양한 체험학습, 마을학교, 공동체 교육 등에서 그 모델을 찾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백샘 "코로나 사태로 혼란스러울 때, 우리나라 교사들이 전쟁훈련 하듯이 학교마다 서로 경쟁적으로 일사분란하게 열심히 움직였습니다. 매일 바뀌는 상황에 빨리 적응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나는 이것이 자랑스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안타깝습니다. 그만큼 교사들이 위에서 시키는 것에 길들여져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니까요. 항상 교육부와 교육청의 지침을 기다리고 있다가 그게 나오면 금방 거기에 맞게 움직였습니다.
덕분에 코로나에 대비한 국가 차원의 교육활동은 원활하게 잘 이루어졌습니다. 하지만 교사로서 학생들의 학습공백이나 교육활동을 어떻게 챙기고 어떻게 돌볼 것인가를 논의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 논의가 결국 교육당국의 지침과 다르다면 무의미하리란 걸 잘 알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하면 교사들은 국가 교육의 일부분을 충실히 따르기만 하는 존재란 걸 더욱 확실하게 알게 되었고, 이런 식으로 가다간 스스로 의미 있는 교육활동을 하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는 능력을 점점 잃어갈 것 같습니다. 결국 교사들은 새로운 도전을 하지 않게 될 지도 모릅니다.
예전에 근무했던 대안학교에서는 어느 교사가 열정이 앞서 창의적인 시도를 하면, 지지하고 격려하는 문화가 있었는데, 일반학교에서는 그만하라고 말립니다. 누가 책임질거냐며 힘을 뺍니다. 뭔가 바뀌려면 누군가는 변화를 시도해야 하고 그게 의미 있을 때 바뀌게 되는 걸 대안학교에서 배웠습니다. 교육청, 교육부를 의식하지 않아야 일반학교도 바뀔 수 있습니다. 내가 생각할 때 최선의 방법이라면 눈치보고 하지 않는 것보다는 눈치 안 보고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임질 일만 학교 자율성을 말하지 말고, 진정한 교사의 교육활동 자율성이 이뤄져야 합니다."
하샘 "어쩌면 코로나는 우리를 잠깐 멈춰 세우고 되돌아보라고 온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전혀 학교 같지 않은 학교일지라도 아이 한 명 한 명을 귀하게 존중하는 그런 학교를 꿈꾸라는, 그리고 그런 교사가 되라는, 저는 직업이 교사라서 이런 고민을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어른들도 자연스레 우리 아이들의 성장을 고민하는 사회가 되길 바랍니다. 코로나는 재앙이기도 하지만 멈춤이기도 합니다. 멈추었을 때 스물스물 기어가기보다는 힘차게 뛰어 나갈 수 있게 신발끈을 묶는 여유도 필요합니다. 학교가 수단이 아니라 배움과 가르침의 장이 되었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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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학교는 정말 필요없나요" 교사들의 속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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