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과 사죄, 그리고 기업지배권의 승계 <매일경제> 5월 22일자에 실린 양창수 전 대법관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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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과세 표준이 30억 원을 넘는 부분은 그 세율이 50%로서 기업은 반쪽이 된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주가 자신의 사후에 대비해 기업의 지속을 원하여 지배권의 원만한 승계를 위한 방도를 마련하고자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 아닐까. (중략) 아버지가 기업지배권을 자식에게 물려주려고 범죄가 아닌 방도를 취한 것에 대해 승계자가 공개적으로 사죄해야 하는가? (중략) 이재용 부회장 또는 삼성은 승계와 관련해 현재 진행 중인 형사사건을 포함해 무슨 불법한 행위를 스스로 선택해 저질렀으므로 사죄에 값하는 무엇이라도 있다는 것인가."
지난 5월 22일자 <매일경제>에 실린 칼럼 하나가 도마에 올랐다. 글쓴이는 양창수 검찰수사심의위원장이다. 양창수 위원장은 대법관 시절인 2009년 삼성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의 시발점인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 매각 사건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무죄 판결에서 다수의견 쪽에 섰다.
논란은 여기서 발화됐다. 당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과 해당 칼럼의 내용을 살펴보면, 양 위원장은 삼성 경영권 승계에 우호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부회장이 수사심의위원회(이하 수사심의위)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의 불법행위 혐의에 대한 기소 여부를 판단해달라고 요청한 상황에서, 양 위원장이 공정하게 수사심의위를 이끌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기업지배구조 문제를 꾸준히 제기해온 김남근 변호사(참여연대 정책위원)는 15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양창수 위원장의 '자진 기피'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승계 자체에 대한 양 위원장의 개인 시각이 끼칠 영향도 문제지만, 도입 초기 단계인 수사심의위 제도 자체가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 변호사는 "뻔한 사람으로 뻔한 결론을 내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을 수 있고, 제도의 신뢰도 떨어뜨리게 된다"면서 "(수사심의위는) 기소독점주의를 보완하고자 시작한 검찰 개혁 중 하나인데, 제도를 희화화하게 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검찰 일각에선 양 위원장이 심의를 진행한다고 해도 위원간 찬반 대결이 강한 사안인 만큼, 양 위원장이 주도권을 쥐기 힘들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김 변호사는 이에 대해서도 문제점을 언급했다. 그는 "위원 나름대로의 주장도 있겠지만, 중요한 건 사회적으로 (결론을) 받아들이는 것"이라면서 "양 전 대법관 말고 사람이 없지도 않은데, 굳이 결론의 신빙성을 떨어뜨릴 필요가 있나?"라고 말했다. 아래는 김 변호사와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내용이다.
"'이재용 승계' 사전 견해 있는 양창수, 굳이 왜?"
- 양창수 위원장을 둘러싼 논란을 어떻게 보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승계 역사는 굉장히 오래됐다. 1996년 이미 삼성에버랜드(현 제일모직) 전환사채와 1999년 삼성 SDS 신주인수권부사채 헐값 발행부터가 문제였다. 양 전 대법관은 이 사건과 관련, 본인이 관여한 판결에서 무죄를 판단한 경험이 있다. 최근에는 언론 기고를 통해 자식의 경영권 승계는 범법 행위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여러 측면에서 (수사심의위의) 결론이 나왔을 때, (시민들이) 승복할 수 있겠냐는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이목이 집중된 사건인 만큼, 스스로 (위원장직을) 회피해 사회적으로 수용될 수 있게 해야한다."
- 검찰 일각에서는 찬반이 대치하는 사건인 만큼, 양창수 위원장이 직접 개입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물론 각 위원들은 나름의 주장을 펼칠 것이다. 중요한 건 여론이 (그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수사심의위는 검찰 기소독점주의 때문에 만들어진 제도다. 도입 초기 단계인 만큼 사회적으로 수용되는 게 중요하다. (수사심의위를) 이끄는 위원장이 (관련 사건에) 사전 견해가 있다는 게 확인 됐는데도, 위원장을 유지하는 건 말이 안 된다. 양 전 대법관 말고 사람이 없는 것도 아닌데, 굳이 결론의 신빙성을 떨어뜨릴 필요가 있을까."
- 양창수 위원장을 무조건 부정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일부 법조계의 해석도 있다.
"승계는 법리적 개념이 아닌 사실에 대한 판단이다. 이 부회장의 2심(항소심) 재판장은 승계 사실 자체의 존재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지만, 대법원은 '주력회사의 지분을 가장 적은 비용으로 가장 많이 확보하려고 한 것'이 이재용 경영권 승계 작업의 실체라고 했다. 자기 돈 안 들이고 주력회사 지분을 확보하려하다 보니 불법적 문제가 있었고, 심지어 삼성물산 주주들과 국민연금은 많은 피해를 봤다. (불법 승계) 실체가 없다거나, 그 피해자가 없다고 말할 순 없다."
- 양 위원장은 칼럼에서 전환사채 헐값 매각과 관련한 무죄 판결을 두고 '범죄가 아닌 방도를 취해' 승계를 도모한 만큼, 불법성이 없다고 방어했다.
"전환사채 문제에서 당시 무죄가 난 미세한 이유는 제3자 배정이 아닌 주주에게 공동으로 배정했다면 피해자가 없다는 것 아니냐는 논리 때문이었다. 나머지는 자발적으로 포기해 이재용 부회장 남매가 전환 사채를 배정받은 것인데 뭐가 문제냐는 설명이다. 그런데 정말 다른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포기했느냐, 미리 포기하게 해놓고 헐값으로 배정한 게 아닌가 하는 사실관계에 의문이 든다. 관련 판결에 대해선 여러 비판적 평결이 있었다."
"재벌총수도 신청할 수 있는 제도, 본래 취지 살리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