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시민신문
가수 이지상이 6집 앨범 '나의 늙은 애인아'를 우리 앞에 내놓았다. 이번 앨범에는 '천천히 순하고 뜨끈하게' 가자는 그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치열했던 지난날의 삶을 넘어 서로가 서로의 능선이 되어 설운 삶의 고갯길을 넘어가자는 단 하나의 사랑과 악수하기 위해 두 손의 온기는 남겨두자는, 그래서 생의 미련이 다하는 그날까진 서툰 나의 발걸음을 멈추지 않겠다는 그의 고백이 담겨있다. 지난 9일 서울 은평구 역촌동 그의 작업실에서 이지상의 음악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 5년 만에 6집 앨범 '나의 늙은 애인아'를 발매했는데 요즘 근황은 어떤지, 이번 음반에서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콕 집어서 하나만 말하기는 어렵다. 우리 일이 그렇지 않나? 밥을 먹고 나서 콕 집어서 어떤 반찬 하나가 맛있었냐는 질문에 대답하기 어려운 것처럼. 노래를 하고 앨범을 내는 건 내 안에 있던 에너지를 풀어내는 과정인데 그러려니 내 안에 있는 게 무엇인지 더 고민하는 시간을 보냈다. 이제는 좀 쉬고 싶다는 생각도 드는데 내 뒷목을 잡는 우리 사회의 여러 분위기를 보면서 쉽게 그러지도 못하고 그냥 사람들하고 같이 공생하면서 살아가는 방법이 뭘까 고민하며 지내고 있다."
- 이번 앨범에 수록된 '나의 늙은 애인아'를 들으면 '아, 나도 이렇게 늙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볕 좋은 지방 위, 순한 고양이처럼 늙어가야겠다는 생각이. 이 노래는 어떻게 만들어 졌는지?
"전에 정선 아라리문학축제에 참여했는데 거기서 최광임 시인이 쓴 시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늙기 시작했고 나의 늙은 애인이 늙기 시작했다는 걸 인정한다는 게 어려운데 그 구절을 보면서 나도 이제 그런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뾰족하게 살았는데 젊은 시절을 되돌아보게 됐다."
- 이지상님은 전혀 안 뾰족한 분 아닌가?
"나도 속으론 뾰족하다(웃음). 지난날 반독재, 반인권시대에 대항하면서 살다 보니 나도 뾰족해졌다. 삶의 방법이 꼭 대치되는 것만 있는 건 아니라는 걸 살면서 느끼게 된다. 인생이 한 판 싸움이라고 보면 대척점에 있는 사람들은 늘 있게 마련이다. 내가 선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반대편에 악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런 구분조차도 희미해질 때를 기다리지만 정말 숙련되어야 하는 일이고 나에게 거슬리는 부분도 순하게 받아들일 수는 없을까 그런 고민을 하던 차에 그 시가 내 마음에 들어오면서 노래가 만들어졌다."
- 이번 앨범에 '윤치호에게 쫓겨난 소녀'라는 곡이 실렸다. 소녀는 정말 윤치호에게 쫓겨났나?
"실화를 바탕으로 한 노래다. 당시 독립운동가들이 어려우니까 그래도 개화파라는 명목을 갖고 있으니 양심은 있겠지 했는데 그런 취급을 받았다."
- '저 나무-시베리아 동토에 새긴 이름들' 곡에서는 '김 알렉산드라, 계봉우, 이상설 등 대학 도서관 한 구석에 박혀 남쪽의 역사에서 사라진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이 곡은 가사도 직접 썼는데 이들을 기억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고향에 돌아오지 못하는 고려인들, 중국 동포들, 재일 조선인들에 대한 관심으로 처음 연해주를 방문했다. 그런데 거기서 정말 이 분들의 이름이 하나씩 나오는데 아, 정말 너무 죄송하지 않나? 독립을 위해서 저렇게 노력한 이들이 있는데 그런 뿌리를 전혀 기억 못하면서 지금 우리는 화려한 삶을 자랑하는 데만 급급한 거 아닌가 한다. 저라도 기억해보고 싶었다. 그 시대에 자신을 희생했던 이들, 목숨을 내놓은 이들을 기억하고 추모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