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닝 아프셀리우스 선생님은 수학을 가르칠 때 학생들에게 "우리는 지금 왜 여기에 앉아 있을까?"라고 물으며 왜 스스로 배워야 하는지 알게 하려고 노력한다.
이눅희
"교사가 반 학생들 모두에게 똑같이 높은 기준을 정해준다면 그 기준에 도달하지 못하는 많은 아이들이 패배자로 남지 않겠어요? 그 패배감이 아이들의 의욕을 빼앗을 거예요. (중략) 모두가 도달해야 하는 하나의 정해진 목적지는 없어야 합니다."(84-85쪽)
"한국의 교육은 공부를 잘하는 학생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공부를 잘하는 소수의 학생들만 좋은 교육을 받고 원하는 직장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가지며 나머지 다수는 뒤처진다. (중략) 무언가를 달성하려고 노력하지만 그것은 언제나 그들의 능력 밖에 있다. 결국 지쳐 절망하거나 불행하다고 느끼게 된다."(16-17쪽)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점을 정확하게 지적하는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입시라는 정해진 목적지와 그것에 부합하는 소수의 학생을 위한 교육. 여기서 벗어나는 것이 시급합니다. 덴마크 뇌뢰 귐나시움 고등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헤닝 아프셀리우스 선생님은 수학을 가르칠 때 학생들에게 "우리는 지금 왜 여기에 앉아 있을까?"라고 물으며 왜 스스로 배워야 하는지 알게 하려고 노력한다고 했습니다.
저는 학교를 다니면서 '좋은 성적을 받아야지' 혹은 '좋은 대학 가야지'라는 이유 이외에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들어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부모님도, 선생님도 목적은 단 하나, 좋은 점수를 받아서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이었습니다. 저같은 학생들 일부만이 큰 고민 없이 이 목표를 향해 성실하게 자리에 앉아 있습니다. 왜 배워야 하는지 스스로 묻지도 않은 채로.
제대로 된 동기부여를 위한 이 물음은 비단 학생들에게만 해당되는 건 아닙니다. 학생들과 교실에 함께 있는 교사들도 다시 물어야 하는 질문입니다. 왜 교사가 되었는지, 교사의 역할은 무엇인지, 무엇을 목적으로 가르칠 것인지 말입니다. 학생들이 사회로 나가 책임있는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것이 교육의 핵심이라는 덴마크를 벤치마킹해 보는 건 어떨까요.
국가와 사회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입시제도 개혁, 대학평준화, 학벌우대 사회 해체 등 교육을 바꾸기 위해 국가와 사회가 감당해야 할 부분도 많습니다. 그 중에서도 교육, 특히 공교육에 과감히 투자해 보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학생, 교사, 부모 등 사회구성원의 교육에 대한 의식변화와 함께 일부에서 주장해오던 대학교까지의 무상교육을 시도해 볼 수 있는 국가가 되면 좋겠습니다.
"덴마크는 초중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학비가 무료입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에도 무료로 공부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600개가 넘죠."(181)
우리 사회는 교육에 얼마나 투자하고 있을까요. 2018년 초중고 사교육비만 해도 약 19조 5천억원이라고 합니다(2018년 초중고 사교육비조사 결과, 통계청). 대학교까지의 무상교육은 재원문제보다는 사회 전체의 의지 문제라 생각합니다. 사회적 합의를 통해 개별로 투자하는 교육비 지출만 기금으로 운용할 수 있어도 무상교육이 불가능할 것 같지 않습니다.
정답을 맞히는 법을 배우기 위해 다녀야 하는 학교가 아니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이 독립적이고 비판적인 방법으로 지식을 얻는 과정을 배우고, 스스로 질문하고 선택하며 선택의 결과를 받아들일 수 있는 교육이 이뤄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자신의 삶을 스스로 관장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삶을 위한 수업'이 이뤄지는 학교를 만들 수 있다면 고통스러운 교육 현실에 있는 학생, 부모, 교사 모두를 구할 수 있지 않을까요.
삶을 위한 수업 - 행복한 나라 덴마크의 교사들은 어떻게 가르치는가
마르쿠스 베른센 (지은이), 오연호 (편역),
오마이북,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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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지치지 말기를. 제발 그러하기를. 모든 것이 유한하다면 무의미 또한 끝이 있을 터이니.
-마르틴 발저, 호수와 바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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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왜 가야 할까, '삶을 위한 수업'이 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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