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만순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충북역사문화연대 대표)가 발로 쓴 '골령골 기억 전쟁'(출판사 고두미)
심규상
한국전쟁 70년. '전쟁의 비극에서 무엇을 배울까'라는 질문에 가장 생생하게 답하는 책이 나왔다. 박만순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충북역사문화연대 대표)가 발로 쓴 <골령골의 기억전쟁>(출판사 고두미)이다.
한국전쟁이 남긴 가장 아픈 상흔 중 하나는 민간인 학살이다. 수십만 명의 민간인이 끌려가 살해됐다. 구천을 떠도는 희생자들은 땅속에서 묻는다. 왜 죽였냐고, 여기가 어디냐고. 희생자의 유가족들도 묻는다. 누가 죽였냐고, 몇 명을 죽였냐고.
'골령골'은 1950년 대전형무소에 수감돼 있다 끌려가 죽은 사람들의 묻힌 골짜기다. 대전지명지(대전시사편찬위원회, 1994)에는 "골령골은 '본래 '곤룡재'였지만 지역민들은 6·25당시 양민(良民)들을 이곳에서 대량 학살해 죽은 사람의 뼈가 산처럼 쌓여 골령(骨嶺, 뼈 골짜기)의 예언적 지명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민간인 학살로 한 마을의 지명까지 바뀐 것이다.
'골령골의 기억전쟁'은 골령골의 민간인학살에 대한 기억을 감추고 지우려는 사람들을 겨냥했다. 골령골에서 살해된 피해자 유족들의 기억과 삶의 여정을 복원했는데 저자 박만순은 1년여 동안 전국 각지를 누비며 유가족 50여 명의 살아온 삶을 기록했다.
그의 기록은 '빨갱이 삼촌 잡으려 밤마다 보초 선 열세 살 조카',' 손주뻘에게 매타작... 집성촌에서 벌어진 광기 어린 소동', 인민군 피해 땅굴에 숨어 산 남자, 국군 총에 죽었다.',"내 남편 돌려줘" 경찰서에 항의했다고 '사형' 당한 여성','수천 구 시신 속에서 남편 찾던 여성, 그의 마지막 소원', "넌 붉은 씨앗이로구나" 아이에게 평생 상처가 된 한마디', '몰살된 4형제... 왜 그랬는진 아무도 모른다'.' 만삭의 몸으로 하루 종일 시신을... 골령골에서 있었던 일','부여 백마강에서 떠내려간 22구의 시신을 아시나요?' 등의 제목으로 <오마이뉴스>에 연재됐다.
기사가 나올 때마다 독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피해자의 기억과 언어는 물론 감정까지 살려 전달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