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리선권 외무상.
연합뉴스
리선권 북한 외무상은 12일 북미정상회담 2주년을 맞아 발표한 담화를 통해 "두 해 전 한껏 부풀어 올랐던 조미(북미) 관계 개선에 대한 희망은 오늘날 악화 상승이라는 절망으로 바뀌었고 조선반도의 평화번영에 대한 한 가닥 낙관마저 비관적 악몽 속에 사그라져 버렸다"고 평가했다.
리 외무상은 "우리가 미국에 보내는 대답은 명백하다"란 제목의 이 담화문에서 "우리 최고지도부와 미국 대통령과의 친분 관계가 유지된다고 해서 실제 조미 관계가 나아진 것은 하나도 없는데 싱가포르에서 악수한 손을 계속 잡고 있을 필요가 있겠는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고도 했다.
"실천 없는 약속보다 더 위선적인 것은 없다"
그는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자신의 치적으로 내세워왔던 대북성과에 관해서도 "지금까지는 현 행정부의 행적을 돌이켜보면 정치적 치적 쌓기 이상 아무것도 아니다, 다시는 아무런 대가도 없이 미국 집권자에게 치적 선전감 보따리를 던져주지 않을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리 외무상은 "미국이 말로는 관계개선을 표방하면서 실제로는 정세격화에만 광분해왔다"면서 "실천이 없는 약속보다 더 위선적인 것은 없다"고 비판했다.
북한은 풍계리 핵 실험장을 폐기하고, 미군 유골 송환, 억류 미국인 송환,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중지 등 북미정상회담에 호응하는 일련의 조처를 취했지만, 미국은 오히려 정세를 악화시켰다고 비난했다.
이는 자신들이 내세우는 '세기적 결단', '전략적 대용단'에도 불구하고, 이런 행동이 실제 대북제재 해제나 체제안전 보장 등 북한이 원하는 결과로 이어진 것이 없기에 더 이상 미국만 유리한 현재의 대화 틀은 인정하지 않겠다는 경고로 읽힌다.
리 외무상은 "장장 70여 년을 이어오는 미국의 뿌리 깊은 대조선 적대시 정책이 근원적으로 종식되지 않는 한 미국은 앞으로도 우리 국가, 우리 제도, 우리 인민에 대한 장기적 위협으로 남아있게 될 것이라는 것을 다시금 명백히 실증해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 공화국의 변함없는 전략적 목표는 미국의 장기적인 군사적 위협을 관리하기 위한 보다 확실한 힘을 키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리 외무상은 담화문 말미에서 지난 5월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 핵전쟁 억제력 강화입장을 천명한 것을 상기시켰다. 조만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신형 전략미사일을 선보일 것임을 강력히 시사하고 있는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이날 리 외무상의 담화는 북한 주민들도 볼 수 있는 <로동신문>에는 실리지 않았다. 전날(11일) 남북 연락채널 폐쇄 등 최근 북한 행보에 실망을 나타냈던 미 국무부 대변인 발언에 반발했던 권정근 외무성 미국국장의 언급 역시 <로동신문>에는 실지 않았다.
이는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와 관련해, 연일 강도 높은 대남공세를 퍼부었던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과 통일전선부 대변인 담화가 각각 지난 4일과 5일 이 신문에 실렸던 것과는 대조된다.
나름대로 수위조절을 한 것으로 볼 수 있어, 북한이 적대시 정책으로 전환하겠다고 공언한 대남관계와는 달리 미국에 대해서는 북미협상의 장기적 교착 상황 속에서도 반응을 지켜보며 협상 여지를 남겨두려는 의도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여지는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