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1학년·중학교 2학년·초등학교 3∼4학년을 대상으로 한 3차 등교개학일인 3일 오전 경남 김해시 삼성초등학교 입구에서 학생들이 바닥에 붙은 '간격' 표시 테이프 길을 따라 등교하고 있다. (기사 내용과 사진은 관련이 없습니다.)
연합뉴스
가난한 동네에는 도서관 하나 없고,
학교도 빼곡하니 드문드문 있습니다. 물리적으로 열악한 환경과 함께 치열한 맞벌이 부모님 (텔레비전에 나오는 우아한 인텔리 맞벌이가 아니시고, 몸으로 부딪치는 노동과 새벽 출근, 자정 퇴근의 연속인 맞벌이 부모님)의 현실. 그 학생들의 방과 후 현실을 상담과 가정방문으로 목도해야 했던 시절.
매일 매일 가슴이 아프고 쓰라린 시간이었습니다. 저 또한 자녀를 낳자마자 그 좋다는 교사이면서도 똑같은 블랙홀에 빠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이제는 시기 질투의 대상으로 교사의 육아 환경을 논할 게 아니라 우리도 저 정도 최소한 보장을 해라! 퇴근 시간, 육아휴직, 자녀 돌봄 휴가 등 교사들만큼은 해 줘야 한다고 기준으로 잡는 성숙한 시민의식, 어머님들의 전략적 사고를 기대해봅니다.)
상대적으로 좋아 보이는 육아 조건이기에 육아 고민을 이야기할라치면 '넌 교사잖아'라고 입을 틀어막아 버림에도 세 아이를 양육하면서 '아, 우리나라, 좋은 나라'라고 감탄할 수가 없다는 것이 현실이라 안타깝기도 하고 교사가 아닌 직장인 여성의 육아는 몇십 배 더 고되다는 것을 늘 인식하고 있습니다.
딱 한 번 국가의 돌봄으로 감동한 적이 있습니다. 진심의 감탄을 한 적이, 노무현 대통령 시절 유시민 복지부 장관이 재임하던 시기, 둘째를 낳고 육아휴직을 하고 모유 수유로 어려운 살림 꾸려가던 시절 모자보건을 위한 먹거리가 배달되던 전설 같은 때가 있었습니다.
그때 배달된 우유와 시리얼 때문에 영양가 있는 실제적인 국가의 손길과 마주했습니다. 와, 국가가 나를 돌보는구나 감격했습니다. (정책의 중요성을 온몸으로 배우고 느낀 경험인데 이런 전설적인 복지 제도 지금도 있나요?)
최근에 읽었던 기사 중에서 가장 가슴 아프고, 피눈물이 나는 소식은 9세 아동을 온라인 수업에 출석한 것으로 체크하면서 여행 가방에 훈육이랍시고 감금시켰다가 질식사한 이야기입니다. 그것도 부모라는 이름으로 자행한 살인사건입니다.
두 번째는 13세 아이가 졸업과 입학의 즈음 코로나 사태로 부모와 할머니에게서 방임, 방치되고 그나마 한 달에 한 번 접촉하던 돌봄 복지사 선생님도 두 달간 연락이 끊겨 혼자 배고픔과 외로움으로 스스로 연탄재를 피우고 자살을 시도한 사건입니다.
아동 학대라는 이름으로 굳이 붙이지 않아도 아동 청소년이 돈이 있어야만 집 밖에서 쉼을 누릴 수 있는 사회의 물리적 정서적 공간만 있다는 것이 너무 잔혹하지 않습니까? 친구들과 오순도순 웃으며 이야기하고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공간이 학교와 가정 이외에 공적인 공간이 하나도 없다는 그것이, 제가 세 아이 18년 양육한 기간 동안 그대로라는 게 너무 잔인한 현실 아닙니까?
반대로 초등학생이건 중학생이건 고등학생이건 공교육 12년간 방과 후에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한다는 명목으로 학원가를 떠돌다 부모님과 대화의 시간은커녕 늦은 밤 귀가하는 것이 당연한 이 사회의 풍조는 너무 잔인하다고 생각하지 않으시나요? 어른들도 견디기 어려운 쉼이 없는 지속적 긴장과 잔소리에 시달리는 상태에서 산다는 것이 진짜 아동학대라는 생각은 안 드시나요?
자녀들을 양육하면서 가졌던 작은 소망은 제가 직장에서 미처 퇴근하지 못했어도 아이들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찾아가서 몸과 마음을 쉬게 하고, 건강한 어른의 보호 아래, 국가에서 막대한 예산을 들여 조성한 쾌적한 공간에서 간식을 먹고, 저마다의 개성에 맞는 놀이와 공부와 독서와 성장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18년 전부터 곧 이뤄질 것이란 헛된 희망을 품고 살아왔는데 기껏 이 나라 교육 수뇌부가 내놓은 대책은 학교에서 24시간 돌보는 아이디어에, 공정성 강화라면서 다시 문제풀이식 공부 전환과 괴이한 시험 문제로 영혼을 지속해서 고문하는 사회로의 회귀네요.
갈 곳도 없고, 아이들 혼자 다니다 납치, 살인, 강간을 당하다 못해 이젠 온라인 공간에서조차 어린아이를 납치, 살인, 강간(N번방 사건의 대상이 된 청소년)이 이뤄지고 있다면 이곳은 우리 아이들에게 너무 심한 지옥 같은 곳이 아닙니까?
어둑해질 무렵 집에서 기다릴 부모가 없는 아이들이 대다수인 이 사회는 어디로 가고 있습니까? 그나마 기다리기보다는 잠시도 쉬는 자녀를 견딜 수 없어 학원으로 내모는 이 사회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요.
우리 막둥이는 어디로 가야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