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플로이드를 추모하는 행진 참가자들의 무릎꿇기 추모식조지 플로이드를 추모하고, 흑인 인종차별철폐 메시지를 보내는 행진 참가자의 무릎꿇기 추모식
Jon Dunbar
당일,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와주셨다. 경찰의 협조와 많은 언론사의 취재, 국내 거주 외국인들을 포함한 시민 200여 명이 함께 명동에서 모여 청계천 한빛공원까지 행진했다. 우리는 인종차별철폐와 조지 플로이드 추모 메시지를 외쳤다. 많은 이들의 가슴에 내 제안이 와닿았다는 사실은 벅찼지만 동시에 아프기도 했다.
침묵 행진으로 구호를 외치지는 않았지만 미리 제작한 손피켓을 참가자들에게 나눠주었다. 손피켓에는 "인종차별에 반대한다"거나 "May George Floyd Rest In Peace(조지 플로이드를 애도합니다)"라고 적었다. 또 참가자들이 준비해온 손피켓으로 각자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렇게 그날 행진은 무사히 마무리됐다. 모든 행사가 끝나고, 뉴욕에서 오신 흑인 분께서 이 행진을 주최해줘서 고맙다고 인사를 건네고 우리는 포옹을 했다. 흑인 당사자로서 이 행진에 참석해 준 것에 감사 인사를 드렸다. 그분께서 느끼셨을 많은 것들을 짧은 대화를 통해 잠시나마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우리의 메시지가 미국의 BLM 운동과 유가족들, 여전히 인종차별로 인해 고통받는 흑인 당사자들에게 전달됐다는 것이 감사했다.
왜 아시아인이 흑인 추모행진을 하냐고?
이 행진을 기획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이들에게 비판과 비난을 받았다. 사람들의 말은 주로 이러했다. '아시아인인 우리는 최악의 인종차별을 받는다. 남의 나라, 다른 인종의 일에 왜 참견이냐. 순국선열을 추모해야 할 현충일에 왜 흑인을 추모하고 있냐.'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추모의 무게에 경중은 없고, 사람 목숨의 가치 또한 우열은 없다. 흑인을 추모한다고 해서, 한국인, 혹은 아시아인에 대한 역인종차별이나 순국선열을 무시하는 것도 절대 아니다. 우리는 국제 사회의 일원으로서, 인종을 떠나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기에 이 일을 결코 묵과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게 바로 우리가 인종차별철폐운동에 연대해야 하며, 미국 흑인 차별과 억압의 역사 앞에 함께 무릎을 꿇어야 하는 이유다.
2016년 미국 프로풋볼선수인 콜린 캐퍼닉은 경기에 앞서 국민의례에 기립하지 않고, 백인 경찰의 폭력으로 인한 흑인 사망사건에 항의하고 그들을 추모하기 위해 한쪽 무릎을 꿇었다. BLM 운동에서도 마찬가지로 백인 경찰에 의해 사망한 고인을 추모하고, 인종차별에 항의하기 위해 무릎꿇기로 연대와 투쟁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