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 영자의 전성시대 > 포스터
google images
영화 <영자의 전성시대>에서는 그 시대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청춘남녀가 주인공이다. 동생들의 학비와 가족의 생활비를 벌기 위해 시골에서 상경하여 청계천 철공소 사장의 집에서 가사도우미로 일을 하는 영자(배우 염복순)와 청계천 철공소에서 견습공으로 일을 시작한 창수(배우 송재호)가 어떻게 만났는지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두 사람은 창수가 철공소 사장의 심부름으로 사장의 부인에게 돈 봉투를 전달하기 위해 집에 들르게 됐다가, 거기서 가사도우미로 일하는 영자를 처음 만나면서 사랑이 시작된다.
제목은 <영자의 전성시대>지만, 첫 장면을 제외하고 영화는 끝날 때까지 제목과는 반대로 '영자의 수난시대'가 시작된다. 교제를 시작하자마자 창수는 군에 입대하고, 홀로 남은 영자는 철공소 사장의 아들에게 성폭행을 당하지만, 오히려 영자는 사장 부인이 준 얇은 돈 봉투를 받고 쫓겨난다.
그 뒤로 영자는 여인숙에서 살면서 봉제공장에서 힘들게 일을 하는데, 적은 월급으로는 생활비가 감당이 되지 않아 룸메이트 언니의 추천으로 술집에서 접대 일을 시작한다. 접대 일 역시 쉽게 적응되지 않아 당시 '버스 안내양'으로 불렀던 버스 차장 일을 시작하지만, 많은 승객을 태운 버스 출입문에 매달린 채로 달리다가 떨어져 오른팔이 잘리는 산재사고를 당한다.
사고성 재해라 산재승인 절차가 간단했는지 산재보상금 30만 원을 받는데, 미장원을 차리자는 룸메이트 언니의 이야기를 뿌리치고 동생들의 학비와 가족의 생활비로 30만 원 전액을 엄마에게 보낸다. 더는 희망이 없다고 느끼면서 자살을 시도하다가 마지막으로 영자의 눈에 들어온 것이 성매매였고, 오른쪽 팔이 없는 상태에서 다른 일을 할 수도 없어 성매매 여성으로 살아가게 된다.
군 복무를 하던 중 영자와 연락이 끊긴 상태로 제대를 한 창수는 목욕탕 보일러실을 거처로 삼아 목욕탕 세신사로 일을 하는데, 영자가 성매매한다는 소식을 듣고 영자를 찾아간다. 양복점을 차리는 게 꿈이었던 창수는 목욕탕에서 일하면서 틈틈이 영자를 도와주게 되고, 영자의 몸에 꼭 맞는 의수까지 만들어준다.
성매매 일을 힘들어하던 영자를 설득해 일을 그만두게 하고 목욕탕 보일러실에서 같이 살아가다가 꼰대 목욕탕 보일러공(배우 최불암)의 간섭에 낙심하여 영자는 다시 창수 곁을 떠난다.
몇 년이 흘러 창수는 양복점이 아닌 세탁소를 운영하면서 살다가 영자를 봤다는 친구 말에 영자를 찾아가는데, 영자는 어느 도시 변두리에서 불편한 다리로 오토바이로 짐을 나르던 남편(배우 이순재)과 함께 아이를 키우면서 행복하게 살고 있었고, 창수는 그런 모습을 보고 영자를 다시 떠난다.
여기까지가 <영자의 전성시대>의 줄거리다. 영화의 결말은 영자의 남편과 전 남친이었던 창수가 넓은 도로에서 같이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는 희망적인 장면이다. 하지만 원작 소설에서는 영자가 성매매했던 곳에서 화재가 발생하고, 시체로 발견되는 영자를 보면서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고 한다. 원작 소설은 그 시절 배우지 못했던 여성 노동자의 가장 끔찍한 결말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