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6 덕화리 제2호 무덤 천장 바로 아래 부분 그림 평안남도 대동군 덕화리. 중앙을 보면 북두칠성을 그려놓고 선으로 이어놓았다. 우리 미술사학과 고고학계는 아직 이 그림을 풀지 못하고 있다.
김찬곤
무덤의 주인은 망자
도6 벽화는 덕화리 제2호 무덤 천장 바로 아래 부분 그림이다. 가운데를 보면 동그라미로 별을 그려놓고 자줏빛 선으로 이어 놓았다. 보면 바로 알 수 있듯이 북두칠성이다. 이 그림에 대해 학계에서는 이 북두칠성 별자리 말고는 더는 해석하지 못하고 있다.
그림을 보면 아주 복잡하다. 도대체 무얼 그린 것일까. 어쩌면 아주 단순한 도상일지도 모른다. '상징'으로 보면 안 될 것이다. 상징으로 보게 되면 복잡한 그림이 될 수밖에 없다. 무엇을 구체로 그린 것이다. 이 구체 대상을 1차원 평면화로 그린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삼국시대 미술사 고구려벽화 편에서 아주 자세하게 풀어낼 것이다. 다만 이 그림도 이 책 신석기미술사를 읽으면 어느 정도는 풀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무덤은 어느 시대나 죽음을 해결하는 방식이고, 그 무덤의 주인은 '망자'라는 관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우리 고구려벽화 연구는 이 기본 원칙을 자주 놓치고 있다. 고구려벽화 관련 책을 보면 거의 다 벽에 있는 그림, 그러니까 연구자가 무덤 방에 들어가 한 바퀴 빙 돌면서 보았을 때 보이는 '벽 그림' 중심으로 풀어내고 있다.
상당수 고구려벽화는 망자가 이승에서 살았을 때 장면을 무덤방 벽에 그려 놓았다. 이걸 '생활그림'이라고 한다. 문제는 그 벽 그림에 핵심 세계관이 있는 것이 아니라 천장에 있다는 점이다. 망자가 놓인 자리, 망자를 누였을 때 망자가 바로 볼 수 있는 천장에 고구려 세계관이 압축되어 있다. 여기에 죽음을 극복하는 방법도, 또는 해결하는 방법도 담겨있다. 그리고 고구려 사람들의 세계관이 있다.
이렇게 봤을 때 도6과 도7 같은 천장 그림이 고구려벽화에서 핵심 그림이다. 그런데 우리 고구려벽화 연구는 천장 그림을 거의 해석하지 못하고 있다. 너무 성급하게 판단하는 것 아닌가, 하고 의문을 품을 수 있다. 하지만 여러분들이 우리나라에 나온 고구려벽화 연구 책이나 미술사 책을 한 번만 살짝 훑어보면 이 같은 의견에 동의할 거라고 생각한다.
천장 그림을 책에 싣기는 하는데, 풀이하는 것이 아니라 '덕화리 제1호 무덤 천장 그림'이라고만 써 놓은 경우가 많다. 무덤 천장 그림이라는 것은 고고학을 전공하지 않은 보통 사람도, 초등학생도 아는 사실이다. 학자가 해야 할 말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