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의 다리
이승숙
임진강에는 통일대교와 전진교 등 남북을 잇는 다리가 여럿 있지만 현재 일반인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다리는 없습니다. 임진각국민관광지에 있는 '자유의 다리'는 관광전시용일 뿐 실제로 임진강을 건너기 위한 용도는 아닙니다. 임진강을 건너자면 관할 군부대의 검문검색을 거쳐야 합니다. 특별한 용무가 있을 경우가 아니면 임진강을 건널 수 없습니다.
임진강을 건너가 본 적이 있습니다. 파주시 장단의 해마루촌에 살고 있는 남편 친구의 아버님께서 편찮으셔서 지난 2017년 봄 병문안차 찾아갔습니다. 해마루촌은 전진교를 건너 약 4킬로 정도 가면 있습니다. 전진교는 아무나 건널 수 없습니다. 강 건너 이북 지역이 민간인출입통제구역이기 때문에 반드시 인근 군부대의 검문을 거쳐야 합니다.
제 남편의 친구 김충현(59)씨는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외가는 임진강 건너인 파주시 장단면에 있습니다. 충현씨 어머니의 고향이 바로 장단이었던 겁니다. 장단은 개성과 가까워 어머니는 어릴 때 개성에도 많이 가봤다고 합니다. 오빠들이 모두 그곳에서 학교를 다녔기 때문이었습니다.
6.25 전쟁 때 민간인 소개 작전으로 가족과 함께 강제 이주를 당했던 어머니는 전쟁이 멈춰도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었습니다. 임진강만 건너면 바로 고향 땅인데, 갈 수가 없었습니다. 장단면은 1953년의 휴전선 설정으로 군사완충지대가 되었고, 오랫동안 실제로 거주하는 사람이 없는 무인지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의 햇빛정책 덕분에 해마루촌이 만들어졌습니다. 장단면 출신 사람들은 그리던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충현씨의 어머니도 2001년도에 해마루촌에 집을 짓고 고향으로 돌아갔습니다. 고향을 떠난 지 50년이 지나서였습니다. 열여덟 살 꽃다운 처자에서 노년으로 접어드는 나이가 되어서야 그리던 고향 땅을 밟을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