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전시된 <핀란드 디자인 10000년> 전시.
박장식
전시관에 들어서자마자 0과 1의 이진수로 구성된 숫자들 사이로 이번 전시의 유물들이 드러났다. 그 전시품의 소리와 사방에서 들려오는 미디어아트가 관람객을 반긴다. 전시의 세계 속으로 빠져드는 기분을 느끼자마자 첫 번째 전시장을 만나는데, 구성을 보자마자 '이게 뭐야?'라는 소리가 바로 튀어나온다.
'돌도끼'와 같은 전시장 안에 '노키아 휴대전화'가 있다. 다소 당황스러운 전시 구성이 가장 먼저 관람객을 반긴다. 다른 곳도 마찬가지다. 나무로 만든 핀란드의 전통 신발과 짚으로 만든 강원도의 설피가 한 곳에 같이 있다. 과거의 의자가 헬싱키 올림픽 때의 의자, 그리고 현대의 의자와 한 자리서 마주보고 있다.
이러한 전시의 목표는 관람객이 전시품 사이의 공통점을 찾는 것에 있다. 1만 년 전 한국의 석기나 토기가 같은 시기 핀란드의 석기나 토기와 어떤 점이 같은지 찾아보라는 의도가 아닐까. 선사시대 핀란드의 스키와 현대의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만든 스키의 공통점을 찾으면, 단순히 '뭔가 늘어놓은 것'처럼 보였던 전시가 달리 보일 것이다.
자연이 만든 디자인이 어떻게 사람의 손에 들어가 '사물'로 탄생하는지, 그리고 그 사물을 통해 또 다른 사물이 잉태되는 과정은 어떤지 눈에 확 들어온다. 나아가 그 사물에 인간이 적응하는 과정은 어떤지, 현대에도 자연을 활용한 신소재가 개발되는 이유가 무엇인지도 전시를 통해 발견할 수 있다. '인간이 사물을 만들고, 사물 역시 인간을 만드는 것'을 배운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