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해고 철회하라권용성 택배노동자는 서울로 상경해 CJ대한통운 본사앞에서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김세규
CJ대한통운 본사 앞에 택배차 농성장이 생겨났다. 해고 당한 CJ대한통운 중부산지사 A 대리점 소속 권용성(40) 택배기사의 농성장이다.
A 대리점장은 지난 3월 12일 권씨에게 해고 통보를 하고 4월 15일 재계약을 하지 않았다. 권씨는 이에 항의하면서 배달을 계속 했지만 지난 5월 15일 임금 지급일에 임금을 받지 못했다. 결국 권씨는 본인의 차를 끌고 서울로 상경해 농성을 시작했다.
권씨와 대리점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지난 5일 농성장에서 권씨를 만나 사연을 들어봤다.
돈이 적게 들어오다
"왜 열심히 일한 내가 쫓겨나야 하나요?"
권 기사가 던진 첫마디였다. 권씨는 지난 6월 2일 부산에서 자신의 택배차를 몰고 서울까지 올라왔다. 그리고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부당해고 철회! 비리 대리점 퇴출! CJ대한통운 규탄' 펼침막을 내걸고 4일째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처음에는 몰랐어요. 그냥 점장이 주는 대로 받기만 했죠. 그런데 동료들과 이야기하면서 내가 배달한 물량에 비해 들어온 돈이 적다는 것을 알았죠."
권 기사는 바로 대리점장을 찾아가 물었다.
"처음에는 자신이 제대로 줬다고 우겼어요. 그러다가 이미 돈을 다 썼다고 하면서 계속 발뺌하고 안 주려고 하더라고요."
권씨는 그냥 포기할까 하다가 그래도 이건 아니다 싶어 다시 찾아가 자신의 수수료를 달라고 주장했다(택배기사의 임금은 배송수수료다). 그는 A 대리점을 관할하는 중부산지사까지 찾아가 부당함을 주장하고 주변에도 알리기 시작했다.
결국 대리점장은 수수료를 돌려줬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 그냥 떼먹은 돈만 받고 문제를 덮었던 게 후회돼요. 그때부터 점장은 절 해고하려고 마음 먹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이 사건을 겪으면서 권 기사는 노동조합에 가입했다.
"혼자 해결하려고 하니 너무 힘들더라구요. 그리고 저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서도 말조차 제대로 못하는 현실을 바꿔보고 싶었어요."
노동조합에 가입한 후 권 기사는 A 대리점이 겸업금지 조항을 위반하고 우체국 택배 물량을 불법으로 배송한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더러웠던 터미널 화장실을 개선해달라고 요구했다.
"정말 쓰레기장도 이보다는 깨끗할 겁니다. 저희 택배기사들은 고된 노동에 잘 씻지도 못하고, 새벽 같이 출근하는데 화장실이 너무 더러워서 쓸 수가 없었습니다. 계속 요구하니까 한 달 만에 바뀌더라고요. 가장 뿌듯했던 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