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해경 신진항 전용 부도로 옮겨진 검은색 보트. 보트 하단을 개조한 모습.
신문웅
이번 태안반도 밀입국 사건은 교묘하고 새로워진 밀입국 수법으로 꼽힌다. 불법체류자는 법무부 통계 기준 2016년 약 20만 명, 2017년 약 25만 명, 2018년에는 약 35만 명으로 매년 늘고 있다.
주로 알려진 방법은 무사증으로 관광 목적으로 들어왔다가 무단이탈을 시도하는 경우다. 지난해에도 제주도에서는 무사증으로 입국한 중국인을 다른 지역으로 불법 이동시킨 일당이 해경에 붙잡혔다. 당시 내국인 알선총책과 중국인 알선책, 모집책 등으로 나눠 조직적인 양상을 보였다.
지난 2018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해양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밀입국 또는 무사증 무단이탈을 시도하다 적발된 건수는 총 50건으로 162명에 달했다. 국적별로는 중국인이 107명(66%)으로 가장 많았다.
위‧변조된 여권이나 조작한 서류를 통해 입국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호적을 위조해 국내에 가족이 있는 것처럼 속이거나 기업 초청서를 받은 사업자로 위장하거나 국제면허증을 위조해 입국하는 방식이다.
해상을 통한 밀입국은 늘 있었고 그 수도 매년 늘고 있다(2016년 30명, 2017년 39명, 2018년 56명). 그러나 최근 태안반도 밀입국 사건은 그동안 없었던 수법이다. 과거에는 주로 화물 수송 컨테이너나 어선을 이용해 입국했다.
이번 사건에서 보듯이 밀입국자들은 중국 산둥성 해변에서 개조한 모터보트를 이용, 5시간만에 태안 해변에 도착했다. 중국과 최단 거리(320km)인 지리적 특성을 이용한 새로운 방식이었다. 작은 모터보트를 이용하다 보니 1인당 한화 약 200만 원 전후(5월 밀입국자 172만 원, 4월 밀입국자 260만 원을 송금책에게 송금)의 비교적 적은 비용을 들인 점도 눈에 띈다. 마음만 먹으면 집단 밀입국이 언제든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 과정에 경비가 허술한 해안을 선정하고 이동, 취업 알선 등을 연결하는 대규모 조직이 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된다.
[보트 밀입국, 언제부터?] "지난해 이맘 때에도 수상한 보트 오갔다"
지역주민들은 수상한 보트가 오고 간 때가 최소 1년여가 넘었다고 말하고 있다. 태안의 한 주민은 "수상한 보트가 작년 이맘때쯤 앞바다를 오가는 것을 몇 차례 봤다"며 "관광철도 아닌데 왜 낯선 보트가 떠 있나 의아하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최근 3차례 발견된 보트로 볼 때 태안해변을 오랫동안 밀입국 루트로 사용해 온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해경은 코로나19로 인해 올해 들어 발생한 밀입국방식이라고 보고 있다. 해경 관계자는 5일 언론 브리핑을 통해 "코로나19로 중국의 하늘 길과 취업 길이 막히자 보트를 이용한 밀입국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주민들은 "중국인들이 돈을 벌기 위해 밀입국한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며 "코로나19 영향으로 올해 생긴 수법이라고 보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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