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카타로 향하는 비행기, 한 인도인의 생일을 축하해주는 사람들
이원재
별안간 생일축하 노래가 울려 퍼졌다. 비행기에 탄 승객 중 한 명이 생일인 모양이었다. 이륙하기 직전, 모두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을 하필 그때. 생일을 맞은 이는 일어나 감사함을 표했고, 사람들은 박수와 휘파람으로 그를 축하했다.
이미 한 차례 인도여행을 다녀왔던 나에겐 그리 이상하지도 않은 풍경, 이를 보고도 제지하지 않는 승무원들은 이미 해탈이라도 한 걸까. 그래 여긴 인도다. 비행기에 오르기에 앞서 몰려든 인파를 제쳐 새치기를 감행해도 아무렇지 않아 하는, 기준에 따라 다르겠으나 '사소한' 정도라면 자신의 영역을 침범당해도 나 또한 그럴 수 있으니 괜찮다고 받아들이는. 그런 인도.
공항에 도착해 입국심사를 마치는 데까지 두 시간여가 걸렸다. 여기서 한 시간은 입국신청서를 쓰는 데 들었다. 영어가 조금 낯설어져 버린, 전역한 지 이제 보름을 갓 넘긴 이의 두뇌 싸움으로 시끄러웠다.
나머지 한 시간은 입국 심사관과의 싸움이었다. 중년의 점잖고 경력 20년 이상은 되어 보이는 인상의 남자가 알고 봤더니 갓 인수인계를 받는 중이었던 것. 어쩐지 이전에 해왔던 일과 앞으로의 꿈을 묻는 심사관의 질문이 이상하긴 했지만, 심사관의 권력을 무시할 수는 없기에 곧이곧대로 답하긴 했다.
짧은 머리까지 보여주며 이전에는 군인이었고, 앞으로는 작가가 될 거라고. 십 분쯤 지나자 사수로 보이는 심사관이 나타났고, 사수의 지시에 따라 그는 천천히 손을 움직였다. 그 와중에 그는 여권에 기존에 받아야 할 도장이 아닌 다른 도장을 찍었고, 사수의 한 소리와 함께 조용히 '취소됨'이라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