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을 나와 라파예트 공원을 지나 '대통령의 교회'로 불리는 인근 세인트 존스 교회로 걸어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옆의 건물 벽에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대의 낙서가 적혀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1일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최근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으로 촉발된 시위에 대해 회견문을 발표했다. 이후 근처에 있는 세인트 존스 교회까지 걸어가 교회 입구에서 성경을 들고 '폭력 사태'를 규탄하는 발언을 했다.
그러나 정작 그 교회가 속한 교구의 메리앤 에드가 버드 주교는 즉각 트럼프가 자신의 허락도 없이 자기 교회 앞에서 예수의 가르침에 어긋나는 메시지를 발표한 것에 대해 비판하고 나섰다. 세인트 존스 교회는 미국의 성공회에 속한 교회이고 트럼프 대통령은 장로교인으로 알려져 있다. 교파가 다른데도 허락도 없이 남의 교회 앞에서 일종의 '쇼'를 한 것이다.
2018년 기준으로 미국의 장로교회에는 약 135만 명의 신도가 속한다. 미국 성공회 역시 약 167만 명의 신도를 확보하고 있다. 국민의 74%가 기독교 신자인 미국에서 이 두 교단은 비교적 소수파에 속한다. 미국 기독교의 주류는 가톨릭과 감리교이다.
미국의 개신교 교파는 철저히 지역색을 띠고 있다. 곧 가톨릭 신자들이 북부 중부 서부 남부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반면에 개신교, 그 가운데 주류인 침례교는 주로 중동부에 집중되어 있다.
특이한 점은 미국의 교회는 인종적으로도 구분이 된다는 사실이다. 미국 백인의 51%는 개신교, 21%는 가톨릭 신자이다. 그런데 히스패닉의 경우는 70%가 가톨릭, 20%가 개신교이다. 아시아계도 42%가 기독교 신자인데 대부분이 개신교이다.
흑인만의 교회도 역사가 깊다. 1787년 인종차별과 노예제에 반대하며 기존의 감리교 교단에서 분리된 흑인만의 아프리카 감리교 감독교회가 탄생되었다. 2014년 기준으로 이 교단에는 약 250만 명의 신자가 소속되어 있다. 그 밖에도 흑인들이 주류를 이루는 개신교회가 미국에는 많다.
예수는 싸우지 말고 사랑하라는데
이 자리에서 예수가 당신을 따르는 이들이 하나 되기를 바랐다는 것을 굳이 강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기독교의 역사는 분열의 역사라고 할 만큼 그 탄생 초기부터 모든 가능한 이유를 들어 모래알처럼 갈라졌다.
그러니 흑인들이 백인의 차별을 견디지 못하고 분리하여 자기 인종만의 교회를 세운 것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흑인 교회에 백인이 침입하여 만행을 저지르는 것도 이미 역사적으로 선례가 있다. 물론 과거 유럽 대륙에서는 인종보다는 교파 때문에 살육을 저지른 것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신기한 것은 박해하는 백인이나, 박해당하는 흑인이나, 시위대를 격렬하게 비난하고 공격하는 트럼프 대통령이나, 다 같은 성경을 들먹인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모두 한 예수를 믿는다고 한다. 그리고 그 예수는 서로 싸우지 말고 사랑하라고 말하는데도 죽도록 싸운다. 그러면서 예수를 주님으로 고백한다. 트럼프 대통령도 취임식 때 하느님/하나님이 자신을 지켜줄 것을 간청하였다.
그 하느님/하나님은 백인, 흑인, 아시아인, 중동인을 차별하지 않는 분으로 알려져 있지 않은가? 물론 구약의 하느님/하나님은 선택받은 이스라엘 민족을 더 사랑하셨지만, 예수 그리스도의 강생(성육신)으로 인종적 차별은 사라지게 되었다. 그리고 남녀노소의 차별도 예수는 용서하지 않았다.
예수의 형제자매는 하느님/하나님을 믿고 그 말씀을 실천하는 모든 이다. 이들은 모두 하나이며 평등한 존재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기독교 교회는 철저히 지역, 인종, 문화적으로 분열에 분열을 거듭하고 있다.
흑인만이 아니라 백인도 참여하는 시위이건만